국내 유통사 가격 인하에 연평균 50% 성장세 꺾여
역직구 시장 성장은 미미 업계 무역업 진화 '발목'
역직구 시장 성장은 미미 업계 무역업 진화 '발목'
해외직접구매(직구) 열풍을 통해 신시장 개척을 노리던 물류업계가 성장세 둔화에 긴장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50% 이상 급증하던 직구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
9월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직구물품 수입 건수는 791만건에 금액규모는 7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6만건·7억2000만달러에 비해 각각 6%, 7%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0년 이후 매년 건수나 금액 기준으로 50% 내외의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환율 변수, 국내 유통사들이 각종 할인행사를 실시하는 등 해외 직구에 대응을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급격히 팽창한 해외직구의 성장세가 꺽이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직구를 이용할 만한 소비자는 거의 대부분 이용한다는 의미"라며 "최근 국내 유통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해외직구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시장 동향에 맞춘 물류업체들의 적극적인 인프라 확충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10년 해외 직구 대행사이트 '이하넥스(eHANex)'를 출범한 한진은 기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저지 물류센터에 이어 올해부터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세번째 물류센터를 본격 가동하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재 운영 중인 아이딜리버를 통해 직구 중개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10개국의 해외직구 물량을 취급하는 아이딜리버는 미국 델라웨어에 물류센터를 신설해 물류량 확대에 나섰다.
물류업계는 직구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이 같은 해외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무역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상품을 배송하는 수준에서 한 단계 발전해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상품 판매와 구입 중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해외로 판매하는 '역직구' 시장이 기대 만큼 성장하지 않으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역직구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최대 물류사인 CJ대한통운은 중국 택배사 위엔퉁과 함께 전세화물기를 취항했고, 현대로지스틱스는 알리바바의 한국측 물류 파트너 '아이씨비'와 손을 잡고 역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역직구 전문 물류업계 관계자는 "역직구 상품이 화장품, 생활용품 등 특정 제품에 집중돼 있고 제조·유통사들이 역직구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성장세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역직구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유럽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인터넷 사용이 지금보다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해외직구 수요가 늘어난 것처럼 이들 역시 미국, 유럽 제품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응할 브랜드 가치와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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