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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쌍태아 수혈증후군’ 엄마 뱃속서 태아내시경으로 치료가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7 10:33

수정 2015.10.07 10:33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태아내시경을 이용해 레이저치료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태아내시경을 이용해 레이저치료를 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40세 김씨는 결혼 후 3년 동안 아이를 기다렸지만 자연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인공수정을 통해 쌍둥이를 임신했다. 임신 18주에 접어들었을 때, 쌍둥이 임신의 치명적 합병증인 '쌍태아 수혈증후군' 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태반의 혈관문합을 통해 혈액을 탯줄을 나눠 갖지 않고 한 아이가 독식하면서 한쪽 태아는 2주 이상 성장이 뒤처졌고 방광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태아는 상대적으로 양수가 많아지고 심장기능도 떨어져 두 아이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분만장을 찾은 김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바로 태아내시경을 이용해 레이저 치료를 받고 4개월 후 건강한 아들 쌍둥이를 출산했다.



뱃속 쌍둥이에 중증의 질환이 발견되더라도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해져 최근 쌍둥이 임신이 많은 고령이나 난임의 임신부들에게 새 희망이 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교수팀은 쌍둥이 임신의 중증 합병증으로 알려진 '쌍태아 수혈증후군' 임산부 100명을 태아내시경을 통해 치료한 결과, 최근에는 10명 중 7명에서는 출산 전에 뱃속의 쌍둥이 모두 살리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쌍태아 수혈증군'이란, 일란성 쌍태아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이다. 비정상적으로 태반 내에서 상호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쪽 태아에서 다른 쪽 태아로 혈액이 공급돼 한쪽 태아는 혈류 저하로 저성장과 양수과소증을 보이고 다른 쪽 태아는 혈류 과다로 양수과다증과 심부전을 보이는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고 두면 90% 이상에서 쌍둥이 모두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기존 치료법은 양수과다증상을 보이는 태아 쪽의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서 산모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정도에 그쳤다.

'태아 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법'은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을 없애기 위해 엄마의 배꼽을 통해 자궁 안에 태아내시경을 삽입한다. 직접 혈관 상태를 관찰하면서 레이저로 혈관 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간의 혈류 연결을 차단함으로써 두 태아 모두 살릴 수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의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 결과, 두 아이 중 한 아이 이상 생존한 경우가 2012년에는 77%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85%까지 향상돼 평균 생존율이 76%에 달했다.

두 아이가 모두 생존한 경우도 2014년에는 71%까지 올라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최근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높은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의 레이저 치료는 평균 21주경에 이루어졌으며, 약 30분 이내로 진행됐다. 레이저 치료가 끝나면 늘어나 있는 양수를 빼내어 압력을 낮춰주는 치료가 15분 정도 추가로 진행돼 보통 1시간 이내에 치료가 완료됐다.


또한 시술 이후에는 14일 이내에 양수가 터지거나, 조기진통이 발생하는 경우는 2% 이내였으며 쌍태아 수혈증후군이 다시 재발하는 경우는 5% 미만으로 나타났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산부인과)는 "쌍둥이 임신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알려진 쌍태아 수혈증후군이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가 국내에 도입된 후, 최근에는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으며 합병증도 적어 안전한 시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최근 쌍둥이 임신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합병증도 늘어나고 있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쌍태아에게 이상이 발견되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