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한국엔 너무 먼 노벨상.. 무엇이 문제인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07 17:35

수정 2015.10.07 17:35

기초과학분야 과감한 투자 절실 연구할수 있는 환경조성도 시급
日은 물리학상 휩쓸어 韓 고은 시인 등 후보 거론
2015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3국 중 일본과 중국은 축제 분위기인 반면 한국은 남의 집 잔치만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기초과학분야 투자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7일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특별영예교수에 이어 '중성미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해 '2관왕'을 달성했다. 중국도 기초과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생리의학상 부문 수상자를 배출했다. 중국전통의학연구원의 투유유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오무라 교수와 함께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고은 시인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각각 문학상과 평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기초과학분야 후보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벨상은 과학분야 수상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일본은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등 과학분야에서만 21명이 집중 수상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일본의 자연과학 강국으로서 면모를 재확인한 셈이다. 올해 중국도 수상하면서 앞으로 과학분야 수상자가 잇따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과학분야는 지난해 한 차례 찰스 리 서울대 의대 석좌 초빙교수, 유룡 IBS 연구단장이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게 전부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경우 기초과학 투자가 부족했고, 연구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는 연구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R&D 투자는 기업 자금이 3분의 2를 차지, 실용 R&D에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우리나라의 총 R&D 투자는 59조30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8508억원(6.9%) 증가했다. 하지만 이 중 우리나라 기초 R&D 투자는 10조6658억원으로 전체의 18.0%에 불과하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기초과학분야는 사람을 키우면서 기술 초기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민간투자가 사실상 어렵다"며 "이 때문에 정부 투자자금으로만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은 1854년 미국과 조약을 체결하며 일찌감치 문호를 열었다. 또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1868년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수많은 인재를 해외로 유학 보냈다.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등 1900년대 초반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들의 연구실에 특히 일본인 제자가 많았다. 일본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인 나시나 요시오는 '양자역학의 아버지'인 닐스 보어와 코펜하겐대학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이 시기부터 시작된 기초과학분야의 국가적 지원은 일본 노벨상의 탄탄한 기반이 됐다.
또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 교육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고려대 화학과 전승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과학문화'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입시 위주 교육을 받기 때문에 사고가 유연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틀에 박힌 답이 아니라 다른 방향을 찾아야 독창적인 답을 생각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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