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이튿날 약 2시간의 개별상봉 후 단체 점심식사 자리 가져.. 식사 후 다시 단체상봉
26일 오전 2시간 남짓 마지막 작별상봉 남아
【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김호연 기자】 남측 노모 이금석씨(93)와 북측 아들 한송일씨(74)가 65년 만에 마주앉아 나누는 점심 식사. 노모는 연신 아들에게 밥을 먹여주지만 아들은 고개를 떨군 채 말없이 눈물만 훔친다. 애써 울음을 참고 있던 어머니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머니와 아들은 그렇게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지난 65년간 못다한 '모자(母子)의 정'을 나눴다.
26일 오전 2시간 남짓 마지막 작별상봉 남아
이씨는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아들을 만난 소감을 묻자 "기뻐요, 너무 기뻐요"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북측 며느리 리미렬씨(70)가 "울지 마시라요"라며 시어머니를 위로했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 이튿날인 25일, 가족들은 오전 9시30분(북측시간 9시) 시작된 개별상봉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상봉은 남측 가족의 숙소에 북측 가족이 찾아와 만나는 식으로 이뤄졌다. 북측 가족들은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이날 오전 9시15분께 외금강호텔에 도착했다.
전날 상봉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다시 만난 이들은 첫 대면 자리에서 감돌던 다소의 어색함은 덜어내고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남측 최고령자인 구상연씨(98)와 동행한 아들 강서씨는 "(북측 누나들이) 개별상봉 때 훨씬 표정이 좋으셨다. 웃기도 많이 하시고…"라며 개별상봉 분위기를 전했다. 아버지가 65년 전 딸들에게 약속했던 '꽃신'도 전달했다. 구씨는 "개별상봉 때 꽃신을 전달했다"며 "그런데 두 분 다 별다른 말이 없으시더라"고 귀띔했다.
1972년 '오대양호 사건' 납북 어부인 정건목씨(64)는 "어머니 만나서 개별상봉 때 가족들과 고향 이야기 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남측 어머니 이복순씨(88)도 "같이 이야기하니 좋았다. 아들 어렸을 때 이야기 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며느리 박미옥씨(58)는 '이제 어색함 없냐'는 질문에 "일 없습니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 했습니다"라며 가족의 정을 확인시켰다.
12시35분부터 시작된 단체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이산가족들은 상봉의 감동을 이어갔다. 식사 메뉴로는 북측에서 준비한 팥소빵, 남새합섬, 나박김치, 오리고기락하생찜튀기, 과일마요네즈무침, 팥죽, 고기다진구이즙, 버섯볶음, 두부완자맑은국 등을 비롯해 대동강맥주, 인풍포도술, 인풍백로술, 랭천사이다, 금강산물 등 술과 음료가 한상 가득 차려져 나왔다.
북측 동생들을 만난 김창근씨(83)는 눈이 퉁퉁 부은 채 점심식사 자리에 나타났다. 동행한 아들 정국씨(56)는 "돌아가시거나 몸이 좋지 않아 못 오신 동생을 생각하며 아버지가 많이 우셨다"고 이유를 전했다. 남북 가족들은 점심 식사 이후에는 10여분간 함께 노래를 부르고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가족들은 입을 맞춰 '고향의 봄'과 '아리랑'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불렀다.
식사가 끝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 4시30분부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이날 마지막 행사인 단체상봉에서는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 오는 것을 의식한 듯 아쉬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남측 이모인 한원자씨(92)를 만나러 나온 윤학철씨(56)는 "이제 언제 만나나요"라며 "통일돼서 만나겠네요. 분통이 터집니다. 같은 집안인데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산가족들은 개별상봉과 단체 점심식사, 단체상봉 등 3차례에 걸쳐 2시간씩 총 6시간 만났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오전 9시30분 이산가족면회소에서 2시간 동안 마지막 작별상봉을 한 뒤 2박3일간의 '짧은 만남'을 마무리한다.
fnkh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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