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거래가격 5년새 3배.. 정부 올 증차는 0대
택배용으로 활용되는 영업용 화물차의 번호판 거래가격이 날로 치솟고 있다.
이는 택배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택배를 배송할 차량이 함께 늘어나지 못한 데 따른 현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택배차량 증차를 한 대도 허용하지 않는 등 번호판 거래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택배용 차량 번호판 가격이 지난 2010년쯤 700만원가량이었는데 올 하반기 들어선 200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번호판 가격이 5∼6년 새 무려 3배가량 치솟은 셈.
이 같은 번호판 시세 급등 현상은 택배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화물차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택배시장은 16억2300만 상자의 화물을 운송했다. 매년 7~8%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17억 상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04년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던 화물운송시장을 조정하기 위해 기존 영업용 화물차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했다.
그 후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택배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이를 충족할 택배차량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늘어나는 택배 운송량을 소화하기 위해 흰색 승용차 번호판을 단 불법 택배차량이 등장하고, 한글 '바.사.아.자' 글자의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불법 매매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이처럼 부작용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흰색 번호판을 단 불법 택배차량 2만3000여대에 택배 전용 '배'자 영업용 번호판을 지급, 양성화하는 '택배차량 증차'를 실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정부가 택배차량 증차를 2년 만에 중단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국토부는 올해 심의위원회를 열어 택배차량이 시장에 충분히 공급됐다는 판단 아래 택배차량 증차를 한 대도 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국토부가 택배차량 증차를 허용할지 불투명하다.
국토부 측은 "택배 물동량 추이, 택배차량 대수 등을 토대로 한 전문연구기관의 수급분석 결과 적정공급 대비 98.8%가량으로 시장 내 수급조절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증차를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택배차량 증차가 중단되자 시중에는 택배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흰색 번호판 차량까지 등장했다. 흰색 번호판 차량으로 택배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시장은 커지고 있어 수요를 충족하기 부족하다"며 "번호판을 바꿔주는 미봉책 대신 택배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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