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열풍 1년, 시중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동행 본격화

시중은행과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동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의 모바일화'를 위한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핀테크 열풍이 시작된지 1년여만에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특히 금융사는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은 금융사와 함께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업체 간 연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비바리퍼블리카, KB와 함께 간편송금 서비스 확대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달 중순 KB국민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휴대폰 번호 입력만으로 송금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토스'의 서비스를 확대한다.

'토스'는 돈을 보내고자 하는 상대방 전화번호와 이체금액을 적은 후,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상대방에게 웹 사이트 주소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다. 이때 송금받는 사람은 토스 앱이 설치돼 있지 않아도 전송된 웹사이트에 접속해 계좌번호를 입력한 뒤 송금된 돈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 서비스 출시 당시 제휴은행이 IBK 기업은행과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3곳에 불과했던 비바리퍼블리카는 현재 농협과 KDB산업은행 등 총 12개 은행과 협력 중이며, 이번에 KB국민은행과 손을 잡으면 국내 전체 계좌 수의 70% 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서비스 도입 초기에는 은행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엔 KTB네트워크와 알토스벤처스, IBK 기업은행으로부터 총 50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며 "일일 송금취급액이 6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 5일 기준 누적 송금액도 400억원을 돌파할 만큼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도 높다"고 밝혔다.

■대형은행들 '디지털 뱅크'로 대전환 모색
이미 금융 선진국들은 핀테크 경쟁력을 강화하며 '디지털 뱅크'로 대전환을 모색 중이다. 도이치뱅크는 이미 500여 개 이상의 핀테크 업체에 투자를 진행했으며, 시티은행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력을 파견해 핀테크 기술과 핀테크 산업 동향을 파악하며 서비스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핀테크 활성화 대책을 마련, 은행 등 금융사들의 핀테크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KB핀테크허브센터'와 ' 신한퓨처스랩' 등이 이 같은 맥락에서 세워졌으며 우리은행KT와 '사물인터넷(IoT) 및 핀테크 공동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권의 표준화된 기술 규격을 내려받아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API는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 명령어를 의미한다. 일례로 은행권이 표준화된 잔액조회 API를 공개할 경우, 핀테크 업체들은 잔액조회 기능이 포함된 가계부 앱이나 각종 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미래금융사업본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스타트업에 투자는 커녕 대출을 해주는 것조차 꺼려하던 경쟁 은행들이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업무 제휴를 진행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사실 전략적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들을 만나면서 스타트업 투자 포인트 등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외화송금 시대…'은행-핀테크' 제휴 탄력
시중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제휴는 종종 '적과의 동침' 혹은 '불편한 동거'에 비유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게 핀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스타트업 지원센터 관계자는 "보수적이고 안정을 지향하는 금융권과 개방적이고 창의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결국 강력히 잡아당겨 끌어안았을 때 둘 다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국의 '환전업 개편 방안'을 계기로 외환 거래 규제가 풀리면서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협력 체제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연말부터 스마트폰용 송금 서비스를 활용해 해외로 외화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화로 송금을 하려면 정부가 지정한 '외국환은행'으로 가서 금액과 관계없이 건당 3~4만원의 수수료를 내는 것은 물론 최대 3일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핀테크 업체와 외국환은행이 함께 외화 송금 서비스를 하면서 이 모든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를 기반으로 한 환전과 외화송금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금융권과 핀테크 스타트업은 일하는 속도나 비즈니스에 대한 시각이 굉장히 다르지만 결국 윈윈 전략을 통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한국 토스 vs. 미국 페이팔'의 싸움일 뿐 간편결제 등 핀테크 서비스는 전 세계 흐름이란 것이다.

정보보안 전문인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도 "금융산업에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수업료를 내야 한다"며 "해외 금융사들이 국내 핀테크 업체들을 눈독들이고 있는 가운데 핀테크 플랫폼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시대 금융규제를 모바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