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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도, 보수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수임제한..법조계도 의견 분분

최근 변호사가 수임할 수 없는 사건을 규정한 변호사법 '31조 1항 3호'와 '31조 3항'에 대한 법조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수십년 적용사례가 많지 않았던 조항이지만 최근 검찰 수사와 변호사 단체의 징계가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업계는 해당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데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출신 경력, 또는 소속 조직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양상이다.

■진보부터 보수까지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법 31조 1항 3호는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의 수임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변호사법 위반 사건은 사건청탁 및 뇌물사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임제한 조항 위반으로 기소되는 사건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조항이 적용된 사건은 지난 7월 '과거사위 부정수임 사건'이다. 검찰은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정부 소속 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관련 사건을 불법 수임한 혐의로 변호사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에는 보수성향 변호사로 꼽히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논란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 활동 당시 관여했던 사건을 위원직 퇴임 후 수임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자체적으로 예비조사한 후 정식조사에 회부한 상태로, 조만간 징계·고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모호한 기준이 문제' vs '엄격히 적용해야'

변호사법 31조 1항 3호와 관련해서는 '위반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로스쿨 교수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사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공무원 등의 범위에 들어가는지는 법률 해석적인 측면에서 따져봐야 할 게 많다"며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호사법 과잉 적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 출신 변호사의 경우 법 적용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 당시 관여했던 사건을 변호사가 돼서 맡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변호사 개업 후 다소라도 꺼림칙한 사건은 수임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원칙이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 로펌 우려

법관, 검사, 장기복무 군법무관 등 공직에서 퇴직한 변호사가 공직 퇴직 1년 전까지 처리했던 사건을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한 번호사법 31조 3항도 논란거리다. 이 조항은 2011년 신설됐지만 그 동안 적용사례가 없다가 지난해 첫 징계대상자가 나왔다. 처벌수위는 과태료 부과로 그쳤으나 적발건수는 빠르게 늘어 올해에만 벌써 6건의 징계가 확정됐다.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는 변호사법 31조 3항 위반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조항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형 로펌의 입장은 다르다. 해당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변호사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모 로펌 소속 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법 위반 여부를 꼼꼼히 따져 수임할 여유가 있지만 중·소형 로펌은 일단 사건을 수임이 급한 게 현실"이라며 "엄격한 법적용에 앞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신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