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같은 부동산인데 감정평가 가격차가 평균 20% 난다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6 17:14

수정 2015.11.16 17:14

서울 용산 '한남더힐' 등 곳곳서 감정평가 논란
"의뢰인이 고액 수수료 주면 좋은 평가 받는 건 당연"
7년간 290만건 감정평가.. 징계는 고작 315건 그쳐
해묵은 고무줄 논란에도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뒷짐
#.서울 면목1동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한 김모씨(55)는 최근 재개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문제는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측에서 감정평가법인 두 곳에 의뢰해 받은 감정평가액이 시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나오면서 시작됐다. 김씨를 비롯 감정평가액에 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다른 감정평가법인에 재평가를 의뢰했더니 대부분 신청자가 20% 이상 더 높은 평가액을 받은 것이다. 비대위는 이를 근거로 조합에 재평가를 요구했지만 조합은 평가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비대위의 요구를 묵살했다. 조합과 비대위가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은 모두 전국에 지사를 두고 서울에만 50명 이상의 평가사를 둔 대형업체들이다.



동일한 부동산에 대한 감정가가 평가업체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민간임대아파트 '한남더힐'이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관련 협회는 이를 막기 위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감정평가금액의 격차를 규율하는 입법도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2년 전 국토부로부터 감정평가법인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회수당했고 한국감정원은 국토부가 의뢰하는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업무만 수행하는 상황이다.

■"평균 격차 20%, 믿을 수 있나"

1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감정평가란 동산과 부동산 및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해 그 결과를 금액으로 표시하는 걸 일컫는다. 이중 부동산의 경우 일반적인 시장과 달리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이 복잡해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신뢰성 있는 평가를 통해 시장기능을 보완하는 공공적 측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 면목1동의 사례와 같이 조합과 이에 불복하는 측이 의뢰한 감정평가가 서로의 입맛에 맞게 나오는 경우가 잇따르며 감정평가법인의 공신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면목1동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이 감정평가결과를 종이 한 장짜리 통지서로 뒤늦게 보내줬는데 금액도 수긍할 수 없고 평가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어 해당업체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충실한 답변이 오지 않았다"며 "별도로 돈을 들여 감정을 의뢰했는데 차액이 너무 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조합측도 "개인이 돈을 많이 지불한 뒤 (감정가를) 많이 써달라고 하면 평가액이 높아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조합측이 의뢰한 감정가는 부동산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적게는 2억2900만원에서 많게는 4억8700만원이었지만 비대위측이 제시한 감정가는 3억1400만~5억8300만원으로 평균 20%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돈을 받고 감정평가를 하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감정평가금액을) 높게 주고 하는 부분이 발생하고 있지만 사전에 방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 평가사 재량에 따라 차이"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감정평가라는 게 전문가인 평가사가 해당물건을 보고 판단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량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토지보상법에선 두 개 기관 평가가 110% 나면 재평가 하도록 되어있지만 보상평가에 해당하는 것이고 일반적인 평가에서는 격차를 규정한 대목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협회에서 수행해 온 감정평가업자 지도점검 업무가 형식적인 조사에 그쳐 실효성 있는 부실감정평가 방지를 위해 지난해에 직접 지도점검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발급된 감정평가서가 290만건이 웃돌지만 징계처분이 단 315건에 머물렀다.
올해 감정평가사 징계처분은 모두 33건으로 자격등록취소 4건을 제외한 29건(경고6, 주의23)이 경징계에 해당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