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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페이가 몰고온 혁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6 17:36

수정 2015.11.16 23:02

[기자수첩] 삼성페이가 몰고온 혁신
지난 주말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면서 화장대에 놓여진 지갑을 보고서야 아차 싶었다. 오늘 지갑을 들고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사실을 하루종일 인식하지 못했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지하철을 탈 때는 스마트폰에 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으니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었고, 음식점에서도 삼성페이를 이용해 결제해 지갑을 꺼낼 틈이 없었던 것이다. 의도치 않게 '지갑 없는 하루'를 체험한 셈이다.

삼성페이가 출시된 후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도 외출이 가능한 편리한 세상이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편의성에 힘입어 삼성페이는 국내 출시 2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핀테크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는 물론 국내 유통,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내놓은 각종 페이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그중 단연 범용성과 편의성 면에서 앞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사업인 핀테크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기업이 먼저 선두주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내심 응원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페이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복병이 생겼다. 바로 밴(VAN)사와의 갈등이다. 현대카드가 삼성페이 결제에 대해선 수수료를 주지 않겠다고 밴사에 통보하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삼성페이는 지문인식으로 본인 확인을 하므로 수수료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게 현대카드의 입장이다. 이에 밴 업계는 삼성페이를 만든 삼성전자를 끌어들여 수수료를 보전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논쟁이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대로라면 핀테크 기술은 결과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최대한 간략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기존의 절차 안에서 역할을 하던 플레이어들의 설 자리는 결국 사라지게 된다. 결국 밴사와 같이 설 자리를 잃은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갈등이 깊어질 경우 자칫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삼성페이를 필두로 결제시장의 변화는 시작됐다.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이를 부정하고 기존의 생태계에서 밥그릇을 지키겠다고 골몰하는 것은 결국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롭게 시작된 변화를 거부하기보다 새롭게 짜여지는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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