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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칼럼] 중국의 힘은 제자백가에서 나온다

[김승중 칼럼] 중국의 힘은 제자백가에서 나온다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이곳저곳 '굴기'다. '몸을 일으키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굴기의 주체는 '기(起)'자다.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부(富), 력(力) 등의 목적어가 오면 '성공하여 이름을 떨친다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이 문화혁명으로 황폐해진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부르짖었던 슬로건에도 '기(起)'자가 들어간다. '선부기래(先富起來).' 능력 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되라는 뜻이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4세대 지도부는 '화평굴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여기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외교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굴기외교'도 적극 펼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5세대 지도부는 굴기를 넘어 패권으로 치닫고 있다. 덩샤오핑이 주창한 '도광양회(韜光養晦.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를 접고 힘을 과시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 샤오미 등 산업굴기를 넘어 군사굴기, 금융굴기로 그 여세를 거침없이 몰아가고 있다.

'애플 따라하기' 전략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속성장한 샤오미의 질주가 무섭다. 값싸고 성능이 좋은 제품을 내세워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샤오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콘텐츠다. 애플, 구글, 아마존 이 세 가지를 합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점이다. 반도체시장도 넘보고 있다. 600억위안(약 10조7000억원)을 투입해 자국 내에 직접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의 장이 됐다.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7개국에 둘러싸인 이 해역은 전략적 요충지이다. 세계 해운물동량의 4분의 1인 연간 5조달러(약 5800조원)어치가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석유, 가스 등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다.

중국의 위안화는 곧 '세계 5대 통화'가 된다.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에서 중국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 편입은 불 보듯 뻔하다. SDR는 IMF가 1969년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 품귀현상이 일어나자 달러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통화다. 위안화의 힘은 갈수록 강해지면서 슈퍼파워를 향해 줄달음질할 게 뻔하다. 한국은 더욱 정교한 환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금융굴기다.

오늘의 중국을 밀고 가는 힘은 무엇인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시발점은 전쟁과 살육,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세상이었던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대에는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규칙과 논리를 도모하려는 사상가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공자, 노자, 묵자, 맹자 등 '제자백가'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제자백가의 귀환'에서 "국가주의, 아나키즘, 우주의 비밀, 인간의 내면, 논리학까지 그들이 밟지 않은 사유의 땅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중국.프랑스 수교 50주년 기념대회에서 "중국은 이미 깨어난 사자"라고 공언했다. 그는 '상황이 어려울 때는 홀로 수양하는 데 주력하고 능력이 되면 천하를 선하게 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는 맹자의 생각도 빌렸다.
중국은 세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 주석은 정상외교 때마다 제자백가를 은연중 상기시켰다. 지금 우리는 중국의 굴기를 그저 경이적인 눈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힘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

se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