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 '벽을 뚫는 남자'로 뮤지컬 첫 도전
"드라마와 달리 긴 호흡 필요.. 연기 내공 키우는데 큰 도움"
"드라마와 달리 긴 호흡 필요.. 연기 내공 키우는데 큰 도움"
우체국 민원 처리과에서 근무하는 듀티율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다. 쳇바퀴 도는 일상 속, 성실함을 무기로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돌아오는 건 요령 좋은 동료들의 놀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사는 동네가 정전이 된다. 그런데 수시로 나던 이전의 정전과는 뭔가 다른 느낌. 전기가 들어오자 그는 집 안에 들어와 있다.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벽을 뚫고 지나다닐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이 생겨버린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배우 유연석(사진)이 이 역할로 뮤지컬에 첫 도전했다.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느꼈던 짜릿함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때 '개똥벌레'라는 연극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어요. 객석의 박수소리에 몸이 찌릿하더라고요. 뭔가 준비해서 보여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막연히 꿈을 꿨는데, 이번에 무대에 서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배우로 데뷔한 이후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첫 작품이 뮤지컬이다. 노래가 돼야 한단 얘기다. 게다가 '벽을 뚫는 남자'는 대사 없이 극의 모든 내용을 노래로 풀어가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다. 보통 뮤지컬은 수록곡이 30곡 내외인데 반해 이 작품은 무려 49곡이며 각 배역마다 솔로곡이 있다. 도망갈 데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 22일 첫 공연에서 유연석은 매끄럽게 듀티율 역을 소화했다. 그의 노래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드라마 삽입곡은 물론 예능과 광고 등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수차례 선보여 그간 뮤지컬 제작사로부터 숱한 러브콜을 받았다.
이 작품의 배우이자 연출로서 그를 캐스팅한 임철형은 유연석을 두고 "듀티율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솔직하고 담백한 본성에서 듀티율을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첫 만남에서 노래의 느낌까지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유연석은 이 작품을 "운명처럼 선택한 뮤지컬'이라고 했다. "커튼콜 때 함께 연기하는 선배들이 저를 소개해 주시면 제가 '성공이야. 오, 멋지게 해낸거야'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나와요. 그 가사가 여러가지 의미로 느껴져요. 많은 분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정말 행복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다가 무대에 오르니 배우로서 얻는 것도 많다. "드라마나 영화는 컷을 나눠서 연기하지만 무대에서는 2시간 넘게 신을 이어가잖아요. 긴 호흡을 감당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기는 거죠. 또 공연은 관객 반응을 보면서 연기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무엇보다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로 에너지를 얻어요."
2006년 국내 초연한 '벽을 뚫는 남자'에서 박상원, 엄기준, 임창정, 이종혁, 마이클 리 등 실력파 배우들이 듀티율을 거쳐갔다. 올해는 유연석과 함께 이지훈이 듀티율을 번갈아 맡는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신 스틸러'로 활약하는 조재윤도 의사 '듀블'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다. 배우 고창석이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이 역할을 나란히 맡는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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