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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민 생명이 우선이다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03 16:38

수정 2015.12.03 16:38

[특별기고] 국민 생명이 우선이다

"사람이 먼저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유난히 눈에 띄었던 공약이다. 그때의 사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성·인격·인권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바로 생명이 아닐까. 그런데 2001년 미국 뉴욕의 9·11테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130여명의 죄 없는 생명을 앗아간 파리 테러, 그것이 또 다른 조직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끔찍한 비극이요, 인위적 재앙의 끝을 보는 느낌이다. 잔혹한 이슬람국가(IS)의 테러행위에 대해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희생자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그리고 분노하고 있다.

올 6월 시리아에서 이라크 쿠르드족과 전투 중 사망한 IS 조직원의 소지품 중에서 한글로 적혀 있는 대구 소재 공단의 외국인사원증과 교통카드가 발견돼 우리 국민에게 충격을 줬는데 2012년 초부터 2015년 2월까지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으로 체류하던 인도네시아인이 시리아로 출국, IS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최근 불법체류로 경찰에 검거된 인도네시아인이 알카에다를 추종하면서 이슬람 테러리즘을 지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벌여 왔으며 그의 주거지에서는 각종 흉기와 모형 소총, 이슬람 원리주의 서적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위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국내에서 국제 테러범의 흔적은 꾸준히 발견됐다. 전문가들도 대한민국은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국민들도 '설마' 하면서도 동시에 '혹시' 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테러 혐의자들의 신원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적발하기 위한 기본적 수단조차 구비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간혹 외국의 정보지원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테러 혐의자를 확인했다 해도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단순히 강제출국시키는 데 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편 이번에 대형 테러가 발생한 프랑스에서는 의회에서 이미 올 5월 테러 관련 의심자에 대해서는 법원의 영장 없이도 e메일과 휴대폰 등을 감청할 수 있는 보안법을 통과시켰는데도 이번 비극을 사전에 예방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테러를 예방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9·11테러 이후 급증하는 테러 위협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테러방지법 제정이 2001년부터 15년째 공전만 거듭하고 있고, 아직도 당리당략을 앞세워 갑론을박하는 현실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현행법으로도 테러범 처벌이 가능하다는 일부 정치권의 논리는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다. 사후 처벌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테러행위자들은 처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생생히 목격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이 저지르는 행위는 그 피해가 너무나 크다. 테러로 인해 희생될 수 있는 무고한 시민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테러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엄중히 따지는 것이 입법·행정·사법부의 의무일 것이다.


미국의 국가대테러안전사무국(NaCTSO)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테러대처매뉴얼' 같은 지침서라도 조속히 제정해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와 함께 엄정한 법치하에 유사시를 대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테러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백동일 전 로버트 김 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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