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헌조 전 LG전자 회장 장례식장에서 나타난 범LG家 의리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08 15:41

수정 2015.12.09 10:21

범 LG가(家)의 진득한 '의리'가 재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헌조 전 LG전자 회장의 장례식장에서다.

8일 이틀째를 맞는 이헌조 전 회장의 장례식장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도 조순 전 부총리,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범 LG가 사장단 및 임원, 가족들의 조문이 계속됐다.

특히 전날 조문을 한 구본준 신성장사업추진단 부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이날 연이틀 방문해 고인을 기렸다. 회사장으로 치러지는 장례식은 정도현 LG전자 사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고, LG전자 사장들이 교대로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의 큰 어른이 타계한 가운데 범 LG가의 '고인을 모시는 방법'이 업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전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오후 7시 30분께 도착해 5분 가량 뒤늦게 온 구본준 부회장과 2시간을 넘게 빈소를 지켰다. 그룹 오너가 몇시간 동안 조문한 경우는 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다.

구본무 회장은 이날 밤 9시 30분께가 돼서야 빈소를 떠났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그는 빈소를 떠나면서 "(이헌조 회장은)LG전자를 일으켜 세우신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구본준 부회장도 구본무 회장보다 30분 가량 늦은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 귀가했다.

2005년 LG그룹에서 분사한 GS그룹의 허씨 일가도 끈끈한 '의리'로 주변을 지켰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전날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간단한 조문을 마친 뒤 허창수 회장은 이후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오후에 다시 빈소를 방문했다. 전날 밤 허창수 회장은 귀가 차량에 오르면서 "내일도 또 올게요"라며 이헌조 전 회장과의 깊은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허창수 회장은 9일 발인까지 참여해 고인을 배웅할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와 같은 세대를 공유하고, 함께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를 키우신 분"이라며 "허창수 회장은 이헌조 전 회장이 은퇴하기 직전까지 동고동락한 사이로 마치 '전우를 보내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헌조 전 LG전자 회장은 지난 7일 향년 83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경남 의령 출신인 이헌조 전 회장은 195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했다. 이듬해 LG전자 전신인 금성사 창립멤버로 참여, 금성사 사장과 LG전자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전자산업의 발전을 이끈 전문 경영인이다.
LG인화원장을 끝으로 199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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