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법 도박사이트 쎈놈이 나왔다..규제당국 단속 무력화?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5 16:29

수정 2015.12.15 16:29

'호스트명'을 무작위로 입력해도 특정 사이트로 접속되는 신종 불법 도박사이트가 출현했다. 이 때문에 규제당국의 차단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파일 주소(uniform resource locator. URL)를 기준으로 온라인 불법정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규제기준이 무력화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기준 무력화?

15일 인터넷 및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호스트명(웹사이트 주소 www.000.com에서 www에 해당하는 부분)에 63자릿수 이하의 영문, 하이픈(-), 숫자를 무작위로 조합해 입력해도 특정 사이트로 연결되는 기술(무제한 호스트명 구현 기술)이 일부 불법 도박사이트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문, 하이픈, 숫자 등을 63자릿수 이하로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37의 63제곱이다. 이를 계산할 경우 해(10의 24제곱) 단위를 훌쩍 넘어서는 천문학적 가짓수가 나온다.
사실상 무제한의 URL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URL마다 직접 접속해 불법정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접속을 차단하는 기존 방심위의 규제는 무의미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백, 수천개의 URL을 차단해도 불법 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9월께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런 종류의 사이트는 최근 발견된 것만 수십개에 이를 만큼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해당 사이트 주소는 각종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불법 도박사이트는 방심위 차단을 피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나의 불법 도박사이트가 여러 도메인을 이용해 노출되는 속칭 '우회 사이트'부터 메인화면을 합법적인 사이트처럼 꾸미고 단속을 피하는 '위장 사이트' 등이 일반화된 것도 이런 영향이다. 이번에는 방심위의 URL차단 방식을 무력화하는 수법까지 등장, 사실상 불법도박사이트가 온라인상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정보 입증 어려움, 기술개발 필요"

방심위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실무자는 "과거에는 IP를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그 중에) 불법이 아닌 정보도 들어가 있을 가능성 때문에 이제는 URL만 차단하고 있다"며 "아파트로 치면 URL차단은 (불법을 저지른) 202, 203호 문을 닫으라는 건데 IP차단은 한 동 전체를 차단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입증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차단하면 잘못된 차단이 될 수 있고 이는 권한을 벗어난 부분"이라면서도 "세부 URL로 차단하고 있는 과정으로, 현실적인 한계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에 이같은 사례를 알게 됐다"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ISP 사업자와 상시적으로 회의를 갖고 있지만 기술개발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아직은 다소 지지부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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