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전북)=정대균골프전문기자】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마치 화장기가 전혀 없는 자연미인 같다. 그런데도 그곳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렌다. 아마도 끝없이 펼쳐지는 '녹색'의 향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외형적 요소에 큰 비중을 두는 통상적 잣대로 본다면 이곳은 결코 명문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골프 대중화'다. 전북 군산시 군산CC(대표이사 김강학)는 우리 골프계의 숙원이었던 '골프 대중화'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07년 5월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골프 대중화는 공동 창업주인 박현규(84), 김춘동(78) 두 회장의 평소 신념이기도 했다. 2년씩 번갈아가며 골프장을 경영하고 있는 이들 공동 창업주가 바라는 것은 이른바 '그린피 5만원 시대'다. 그래서 매립 전문가인 박 회장과 향토 기업인인 김 회장은 쉽게 의기투합 할 수 있었다. 판교 신도시 절반 가량인 총 면적 429만7521㎡(128만평)의 폐염전에 새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은 그렇게 해서 시작됐다.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가 같아서인지 이들은 '동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을 깨고 아무 잡음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총 홀수는 81홀로 단일 골프장으로는 국내 최다다. 회원제 18홀에 대중제가 63홀이다. 회원제는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 등 다수의 프로 토너먼트 개최로 입증되었듯이 국제적 수준의 토너먼트 개최지로 전혀 손색이 없다. 7개의 대중제 코스는 남도의 질펀한 정과 고향의 포근함을 느끼도록 골프장 측의 세심한 배려를 엿보게 한다. 다름아닌 각 코스명을 도내 도시 이름을 그대로 붙였기 때문이다. 일테면 전주, 익산, 정읍, 남원, 부안, 고창 등이다.
군산CC는 국내 다른 골프장이 갖지 못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은 다양성이다. 많은 홀이 그것을 담보한다. 그중 정읍코스 3번홀은 환희와 한숨이 교차하는 홀이다. 파7홀로 블랙티 기준으로 자그마치 1004m다. 세계 최장이다. 레귤러티에서도 933m나 된다. 파온을 위해서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다. 자칫 미스 샷이라도 나오게 되면 큰 낭패를 감수해야 한다. 험난한 여정이어서인지 파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면 절로 환호성이 터지지만 십중팔구는 고개를 떨구게 된다. 길이에서 따와 '천사홀'이라는 닉네임이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악마홀'이다. 강한 도전욕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골퍼들이 반드시 경험하고 싶은 '골프 순례지'로 자리잡고 있다. 김제코스 1번홀(파6·661m)과, 종잡을 수 없는 바람으로 클럽 선택이 어려운 레이크코스 아일랜드 8번홀(파3)도 군산CC의 시그니처홀이다.
두번째는 국내 골프장 중 그린피가 가장 저렴하다. 그것은 두 오너의 골프철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수시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골퍼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2011년 11월에는 100실 규모의 골프텔을 오픈, 체류형 골프장으로 거듭났다. 그러면서 전국 각지서 골퍼들이 몰려들어 연평균 약 28만명이 찾고 있다. 올 겨울에도 '통 큰 할인'은 이어진다. 내년 1월 말까지 진행되는 동계 그린피 할인 이벤트에 따라 대중제는 주중 5만5000원, 주말 8만5000원, 회원제는 주중 7만5000원, 주말 10만5000원이다. 패키지 요금은 더욱 저렴해 주중 13만5000원, 주말(토·일)은 19만5000원이다. 이는 36홀 그린피, 카트비, 골프텔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세번째는 스타 배출의 요람이다. 군산CC는 개장 이후 주니어 대회에서 프로대회까지 약 100여개의 크고 작은 공식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단순히 골프장을 대회 코스로 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꿈나무들이 훈련 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주니어나 프로 기대주들에게 이 골프장은 '산타'로 통한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서 대상, 상금왕, 평균 최저타수상, 다승왕 등을 수상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군산CC의 배려로 오늘날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경우 코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주 취재차 방문, 셀프 라운드를 경험했다. 혼자서도 라운드가 가능하도록 셀프 라운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게다가 날씨마저 초봄 같아 겨울이 겨울같지 않아 더더욱 좋았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겨울에도 그렇게 두꺼운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날이 많다고 한다. 약간 추운면 또 어떠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시원한 백합탕 국물에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면 그야말로 '추위야 물렀거라'인데….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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