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신경근육질환병, 조기치료로 수명연장 가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8 17:23

수정 2015.12.28 17:23

최근 10년간 환자수 70% 급증… 1만3600명 달해
획기적 치료법 개발..진행속도 늦춰 장애 최소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루게릭병'과 같은 신경근육질환 환자수가 최근 10년 사이에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신경근육질환은 최근 치료제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

28일 대한신경근육질환학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신경근육질환 환자수 및 진료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간 환자수가 8059명에서 1만3609명으로 약 70% 증가했다.

진료비는 연간 약 149억원에서 642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 최영철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은 "진료비 증가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치료법들이 최근에 개발되면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신경근육질환의 치료 목표는 병의 진행을 지연시켜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으므로 장애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조기에 진단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난치병 치료제 개발돼

신경근육질환이란 말초신경과 근육에 생기는 질병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이라 대부분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질환에서 치료제가 개발돼 적절한 치료가 시작되고 있다.

신경근육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은 팔다리 힘빠짐,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 호흡곤란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등이 있다. 이 증상들과 함께 혈액검사 상 원인 없는 간효소나 근육효소의 상승이 동반되면 추가 검사가 권장된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 환자의 장애 진행을 최소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환자들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며 길어진 여명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신경근육질환은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과 다른 병과 혼동하기 쉬운 증상로 환자수가 집계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폼페병의 예상발생률은 4만명당 1명이다. 한국의 경우 1250명 정도이지만 실제 폼페병을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30여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폼페병 환자의 진단시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질환을 확진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8년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신경근육질환은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근육의 기능 저하 및 괴사가 팔다리와 몸통근육은 물론 호흡근까지 침범한다. 결국 환자는 휠체어와 호흡보조기구에 의존하게 되며 자발적인 일상생활이 어렵다. 연령과 유병기간에 따른 신경근육질환의 심각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유병기간이 5년 미만인 환자의 휠체어 및 호흡보조기구 사용률은 30% 이하였다. 반면 유병기간이 15년 이상인 환자의 휠체어 사용률은 70%에 육박하며 호흡보조기구 사용률은 약 60%로 나타났다.

■근디스트로피 환자 가장 많아

대표적인 신경근육질환으로는 국내 신경근육질환 중 가장 많은 환자들이 앓고 있는 근디스트로피가 있다.

근디스트로피는 전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진행되면서 사지 몸통을 움직이는 근육뿐 아니라 호흡근육까지 단계적으로 악화된다. 국내에서는 약 3500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또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유병률 증가를 보인 샤르코-마리-투스병, 특이적인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를 통한 개선이 가능한 폼페병과 파브리병, 이외에도 척수성근육위축, 루게릭병, 중증근무력증 등이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앓고 있어서 유명해진 병이다. 이 질환은 근육들이 점점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발모양과 손모양에 변형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병률은 2500명당 한 명으로 유전되는 희귀질환 중에서는 높은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10년간 환자수가 3.3배 증가했다.

폼페병은 당(sugar)을 분해하는 효소인 α-글루코시타아제(GAA)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신경근육병이다. GAA의 결핍으로 섬유조직에 당이 쌓이게 되는데, 어렸을 때 발병하면 심근육에, 성인에서 발생하면 사지 근육에 당이 쌓이면서 근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영아기에 발병하는 폼페병의 경우, 보통 1년 내 심부전으로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폼페병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어 GAA를 대신하는 효소 대체 치료로 근력 개선이 가능하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이 점차 퇴행한다는 점에서 척수성 근육위축과 비슷하다. 하지만 성인에게 발생해 매우 급격히 진행된다. 또 환자 중 10% 만이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팔다리 움직임의 어눌함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말기에는 침상생활을 하게 되면서 호흡근육까지 마비되어 사망하게 된다.

중증근무력증은 신경의 명령이 근육으로 전달되는 접합 부위에 생긴 장애로 인해 근력 약화와 근육 피로가 나타나는 병이다. 다른 신경근육병과는 달리 피곤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쉬면 호전된다. 초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눈꺼풀 처짐과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현상, 발음이나 목넘김에 문제가 생기는 입주변의 마비 현상이다. 중증근무력증은 증상이 심해지면 기계를 통해 인공호흡을 해주어야 한다.
최근에는 치료를 통해 충분히 정상 생활이 가능한 병이 되었다.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지는 보조기구 의존도는 환자개인의 생산활동 문제와 직결된다.
정부에서는 신경근육질환환자에게 의료비를 제외하고 매월 약 120만원에 이르는 보조기 대여비 및 간병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