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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꽃의 비밀, 남편의 보험금을 노린 네여자의 '웃픈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30 19:57

수정 2015.12.30 19:57

장진 감독 연출로 주목
연극 '꽃의 비밀'
연극 '꽃의 비밀'

"부부끼리 무슨 전화를 해?"(소피아)

"너 남편을 사랑하는구나! 안타깝게도…. 같은 집에 사는 남자를 사랑하다니."(자스민)

매일 밤 전화기를 붙잡고 사랑을 말하던 때가 있었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괴로워 결혼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현실은 이렇다. 하지만 다 그러고 사는 세상. 슬퍼할 필요는 없다. 연극 '꽃의 비밀'은 그 공감 지점을 제대로 포착해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20~30대가 주를 이루던 공연장에 중년 관객들이 들어차고 객석에 폭소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배경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한 시골 마을. 남편들이 죽고 못사는 유벤투스의 축구경기를 보러간 사이 아내 네 명이 한 집에 모인다.

소피아는 남편에게 전화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만큼 부부관계가 소원하고, 자스민은 남편과의 잠자리가 불만스러워 이혼하고 싶어하지만 정작 한마디도 못꺼내는 허당이다. 연극배우 출신의 모니카는 배달원과 비밀스런 밀당 중이고 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지나는 항상 주눅이 들어있다.

그런데 눈이 펑펑 내리던 이날, 지나가 특히 더 불안해 보인다. 때마침 모니카의 전화벨이 울리고 남편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말한다. 지나는 이내 자신의 '범행'을 털어 놓는다. 바람난 남편에게 복수하려고 몰래 차의 브레이크를 고장냈는데 다른 남편들도 그 차에 타게 된 것. 충격에 휩싸인 아내들 사이에서 맏언니인 소피아가 정신을 차린다. 내일은 남편들의 보험 가입을 위한 건강 검진이 있는 날. 이렇게 된 이상 보험금을 챙겨야 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남편으로 변장하기로 결심한다.

연극과 영화를 오가는 장진이 연극 '웰컴 투 동막골'(2002년) 이후 1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장진은 현실에서는 심각한 범죄인 상황을 재치있게 요리해 무대 위에 요절복통 코미디극으로 옮겨놨다. 웃지 않고 못 배기는 남장(男裝)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가벼운 코미디극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풍자와 해학이 있어서다. 신나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사회 모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무게감을 더한다. 보수적인 사회의 굴레 안에서 가정폭력, 불륜 등을 감내해야 했던 네 여성의 아픔과 마주했을 때 진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다소 힘 빠지는 반전 결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개성 뚜렷한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앙상블도 돋보인다. 김연재, 한예주, 한수연 등 대학로의 실력파 배우들이 모여 시너지를 냈다.
뮤지컬 배우로 익숙한 이창용과 오소연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공연은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4만~5만원. (02)766-6506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