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크로스오버쇼핑·옴니채널, 새해 유통·소비시장 이끈다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3 21:37

수정 2016.01.03 21:38

온라인·홈쇼핑, 매장 갖추고..오프라인, 옴니채널로 '맞불'
유통시장에 옴니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더 유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크로스오버쇼핑'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이런 추세에 맞춰 유통기업들도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렌터카와 손잡고 롯데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이 렌터카를 수령하는 시점에 롯데마트몰 주문상품을 함께 수령하는 스마트 픽 서비스를 최근 도입했다. 제주의 롯데렌터카 제주오토하우스에서 고객들이 스마트 픽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유통시장에 옴니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더 유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크로스오버쇼핑'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이런 추세에 맞춰 유통기업들도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렌터카와 손잡고 롯데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이 렌터카를 수령하는 시점에 롯데마트몰 주문상품을 함께 수령하는 스마트 픽 서비스를 최근 도입했다. 제주의 롯데렌터카 제주오토하우스에서 고객들이 스마트 픽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서울 동대문 근처 대형쇼핑몰. 중저가 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이곳 매장에서는 여성이 옷을 고르는 사이에 동반한 남성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검색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비교·검색하면서 더 나은 제품이나 더 싼 제품을 실속 쇼핑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크로스체킹'하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쇼핑(cross-over shopping)'이 유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크로스오버쇼핑은 소비자가 각종 상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모든 유통채널을 활용해 품질과 가격 등을 비교한 뒤 더 나은 조건으로 구매하는 수요자 중심 쇼핑의 신조류다. 이처럼 쇼핑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인터넷상의 오픈마켓은 물론이고 유통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대형마트와 백화점마저 온라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크로스오버쇼핑·옴니채널, 새해 유통·소비시장 이끈다


■오프라인 매장, 옴니채널로 무장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체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울상만 지은 것은 아니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백화점, 대형마트에 가기를 꺼리는 소비자는 집에서 TV나 PC,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쇼루밍(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최종 구매채널 결정)'과 '웹루밍(상품 정보를 온라인에서 먼저 찾아보고 실제 매장에서 구입) 등 각 채널이 가진 장점을 취합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크로스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체들도 이에 대응해 앞다퉈 옴니채널을 구축했다. 옴니채널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각 유통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쇼핑 환경이다.

옴니채널을 유통부문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롯데마트는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해 놓은 상품을 점포에서 찾아가는 '스마트 픽'을, 차량에서 곧바로 받는 '드라이브 앤 픽' 서비스로 발전시켰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할 때 상품정보.할인쿠폰.이벤트 소식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 정보를 알려주던 '비콘 서비스'는 선결제.쇼핑 동선 안내 등으로 적용 범위도 대폭 넓혔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젊은 고객들의 이탈을 미리 막고 미래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사이에도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 강화와 체질 개선을 통한 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시장에서 온·오프라인 경계 허물기는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TV 홈쇼핑 업계 역시 성장에 한계를 느낀 지 오래다. 이에 따라 홈쇼핑업계는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커머스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옥션이나 G마켓 등 전통적인 온라인 쇼핑몰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며 오프라인 매장과 경쟁에 나섰다.

■모바일의 산물 크로스쇼핑

시장조사회사인 칸타월드패널은 "크로스오버쇼핑은 모바일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14년 6월 1500가구, 지난해 7월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제 소비재 구매데이터와 통합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온라인쇼퍼 그룹, 그중에서도 특히 크로스오버쇼퍼 내 모바일쇼핑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비재 구매데이터에 기반해 국내 온라인소비자는 △최근 1년 내 오프라인에서 제품 비교 후 온라인에서 구매한 (그러나 반대의 경우인 역쇼루밍은 하지 않은) 쇼루머 △쇼루밍뿐 아니라 역쇼루밍도 해본 적 있는 옴니소비쇼퍼 △쇼루밍과 역쇼루밍 모두 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제품 비교 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순수 온라인 온라인쇼퍼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중 온라인쇼핑 지출액이 큰 그룹은 쇼루머, 옴니쇼퍼, 순수 온라인쇼퍼순이다. 모바일쇼핑이 활발한 집단 또한 마찬가지로 쇼루머, 옴니쇼퍼, 순수 온라인쇼퍼순이다.

오세현 칸타월드패널 대표는 "소비재 구매 시 오프라인 매장을 일종의 '쇼룸'으로 활용하는 쇼루머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장보기에 매우 숙련된 소비자"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이 주요 최종 구매채널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그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리테일러는 물론 대형 브랜드들도 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경쟁 구도 한복판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들어 3·4분기까지의 모바일쇼핑 시장 거래액(통계청 자료)은 약 1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가운데 46%로 절반에 육박했다.

■온라인 새옷 입는 오프라인 매장

이런 변화는 곧바로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하고 있다. 의류업체인 코오롱FNC가 서울 코엑스에 선보인 '스마트앤펀' 매장은 고객이 진열된 셔츠를 선택하면 대형 화면에 상품 정보가 뜨고 모바일 디바이스로 바지 맞춤을 실행해 볼 수 있다. 화면에 설치된 카메라로 뒷모습을 찍고 이를 스마트폰에서 받아 볼 수도 있다. 영화처럼 허공에 손을 대고 상품 정보를 확인하거나 외모, 나이를 측정하는 기능까지 갖춰 '재미있는 쇼핑'을 돕는다.

유명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리따움 옴니스토어에서는 진열된 상품을 화면에 올려놓으면 해당 상품 사용법 등 관련 설명이 뜬다. 자신에게 맞는 피부 톤을 추천받거나 사진을 찍어 역시 스마트폰으로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크로스오버쇼핑 인구가 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마케팅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쇼루밍 매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원 이정아 연구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구분하는 의미가 약해지면서 소매점에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한 옴니채널 현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일본 유통업체들은 이미 옴니채널이라는 판매방식을 통해 아마존 등 글로벌 인터넷 쇼핑몰업체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은 지난해 말 그룹 내 모든 제품을 취급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온닷컴을 개설했다.

한국유통채널연구소 한 관계자는 "해외직구 급증세에 놀란 국내 유통기업들도 옴니채널 구축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면서 "글로벌 시대에 맞춰 새로운 유통 환경을 누가 먼저 따라잡고 앞서가느냐가 유통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크로스오버쇼핑(cross-over shopping)란 소비자가 사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모든 유통채널을 통해 가격 등을 두루 확인한 뒤 더 나은 조건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쇼루밍(showrooming)란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제품을 살펴본 뒤 최종 구매는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showroom)역할을 한다는 뜻의 신조어.

◇웹루밍(webrooming)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아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보다 저렴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행하는 소비 형태다.
쇼루밍의 반대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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