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제작자로 참여
뻔한 멜로 이야기 넘어
두 남녀의 비밀 밝혀지며
추리요소 가미 '보는 재미'
뻔한 멜로 이야기 넘어
두 남녀의 비밀 밝혀지며
추리요소 가미 '보는 재미'
멜로는 멜로인데 좀 다르다. 극이 진행되면서 두 남녀의 비밀이 하나씩 베일을 벗는 모양새가 꼭 미스터리 추리극 같다. 정우성·김하늘 주연의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가 차별성을 갖는 지점이다. 표면적으로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통으로 잃어버린 한 남자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의 사랑 이야기인데, 반전이 있다. 실종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그 남자가 "제 실종신고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첫 장면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 남자, 연석원 역할의 정우성 역시 그 부분을 강조했다. "멜로가 정말 어려운 장르거든요. 어쩌면 뻔할 수 있는데 미묘한 감정으로 1시간40분동안 즐거움을 줘야 돼요. 이 작품은 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숨겨진 사연을 암시하는 실마리가 하나씩 나타나요. 지루하지 않은 장점이 있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기억의 파편처럼 널뛰는 전개방식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이 끊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석원의 기억을 맞춰나가는 스토리의 연장선이에요. 구성도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하는 거죠."
추리요소가 더해졌지만 여전히 진한 멜로 감성이 돋보인다. '멜로 킹'과 '멜로 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고 언론 공개 후 색다른 멜로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장난기가 다분하기로 소문난 정우성은 "멜로킹과 멜로퀸의 만남이면 멜로 왕실 이야기인가요?"라며 신나게 웃더니 이내 김하늘에게로 공을 돌렸다.
"하늘씨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많이 하셨잖아요. 확실히 리액션이 정형화돼 있지 않고 표현의 폭이 굉장히 넓더라고요. 진영이라는 여자는 아픔을 직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쩌면 석원보다도 무거울 수 있는 캐릭터인데 수위조절을 잘 해줘서 알콩달콩한 감정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하늘이 감싸는 느낌이라면 정우성은 비움의 미덕이 눈에 띈다. 극중 순간순간 보이는 텅빈 눈빛이 가슴 시리다. "공허하잖아요. 10년의 기억을 외면하려면. 그게 드러날까봐 두려워 하는 연약한 모습, 그런 극적인 감정이 눈으로 드러났던 것 같아요."
정우성은 이 영화의 배우이면서 제작자이기도 하다. 단편영화였던 이 작품을 발굴해 직접 제작사 더블유(W)를 차리고 장편영화로 개발하는 데 아낌없는 지원을 쏟았다. "제작자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긴 했지만 그저 선배로서 영화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내가 영화판에서 받은 혜택을 이제 돌려줄 때죠. 그게 나이 먹은 사람, 경력자가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멜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그는 다양성이 축소되는 영화계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가능성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서 시도하면 되는데 쉽지는 않죠. 그래서 저같이 경력있는 선배들이 솔선수범해야 돼요. 아주 잘 짜여진 판만 기다리면 배고플 수밖에 없어요. 유명하고 인정받는 감독과만 작업하면 다양성은 어떻게 찾나요."
제작자에 앞서 그는 오래 전부터 감독의 꿈을 공개적으로 얘기해왔다. "배우 정우성으로서는 사실 조급하지는 않아요. 그간 배우로서 더 충실하고 싶었고 아직은 그런 마음이고요. 감독은 영화와 관련된 또다른 제 꿈이고 준비도 착실하게 해와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는 "사랑 이야기부터 나이가 먹어가면서 떳떳함을 상실해가는 기성세대 이야기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써놨다"고 귀띔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숱하게 들어온 질문이겠지만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그는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했다. "잘생겼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유쾌해요. 그런데 외모는 점점 퇴색되잖아요. 나이 먹었을 때 풍겨나오는 정신과 철학이 외형적인 모습을 뛰어넘어야죠." 이미 그래 보였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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