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르셀로나(스페인)=정명진 기자】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동남쪽으로 40㎞를 버스로 달리면 페네데스 지역의 산트 사두르니 다노이아 마을이 나온다. 이 곳은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의 85%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석회질과 점토 토양의 석회암 지대여서 배수조건이 좋은 데다 많은 양의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 페네데스 지역의 대표적인 카바 와이너리인 '코도르뉴'는 1551년부터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특히 1872년에는 스페인 최초로 샴페인 제조방식을 도입해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를 생산한 혁신적인 와이너리다.
카바 시장을 개척한 후 현재 스페인 카바 시장에서 1위를 지키며 베스트셀러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하 4층 되는 깊숙한 곳에 30㎞나 되는 대규모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형 셀러로 100만병의 와인을 숙성시킬 수 있는 규모다. 코도르뉴 와이너리의 마케팅 이사인 빅토르 산체스씨는 "코도르뉴에서 생산되는 '카바'는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다"며 "호벤은 디저트, 과일과 어울리고 르세르바는 생선류와 닭고기 같은 가금류와 궁합이 맞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카바' 첫 생산지
기포가 발생하는 화이트 와인인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라 부른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는 원래 스페인어로 '셀러'라는 뜻이다. 지하의 저장고 개념으로 사용되면서 지하에서 만드는 스파클링을 카바라 불렀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코도르뉴의 지하 저장고는 지하 4층까지 내려간다. 층마다 깊은 계단을 내려가야 저장고를 만날 수 있다. 면적만 해도 20㏊(헥타르)에 달한다. 와인을 저장하는 제일 큰 오크통은 15만ℓ에 달한다고 한다.
이 와이너리의 저장고는 관광기차가 다닐 만큼 방대한 시설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와이너리를 찾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또 예전 와인 생산시설부터 현대화된 설비까지 전부 구경할 수 있다. 이어 와인 시음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관광상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와인저장고를 안내한 코도르뉴 와이너리 다니 세구라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카바는 간혹 프랑스의 스파클링 와인인 샴페인과 비교되지만 양 국가의 흙과 기후의 차이로 포도 맛이 다르다"며 "또 샴페인은 오크향이 강한 게 특징이지만 카바는 과일향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 카바는 프랑스 샴페인보다 숙성 기간이 짧은데다 현대적인 설비로 대량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와인 숙성 후 9개월이면 시판이 가능하다. 카바는 숙성 기간에 따라 9개월 이상이면 호벤(Joven), 15개월 이상이면 리세르바(Reserva), 30개월 이상이면 그랑 르세르바(Gran reserva)로 나뉜다. 호벤이 거친 거품의 톡 쏘는 맛이라면 르세르바, 그랑 르세르바로 갈수록 작은 거품이 입에서 터지는 느낌이 난다.
카바는 거품을 만들기 위해 레드와인과는 다른 제조과정을 거치게 된다. 포도를 수확한 후 얻은 포도즙을 병에 담아 두번 발효를 시켜 만들게 되는 것이다. 1차 발효 때 설탕과 효모인 이스트를 넣고 2주가 지나면 가스를 날려버린다. 2차 발효에는 이스트를 더 첨가해 기포를 만드는데 이스트가 와인과 많이 접촉되기 위해 병을 눕혀놓는다. 이스트는 설탕을 잡아먹으면서 기포를 형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침전물이 생기는데 이 침전물은 자신을 희생해 기포를 만든다고 해 '마더'라 불린다. 이후 죽은 효모 찌꺼기를 모으기 위해 수작업으로 직원이 계속 조금씩 돌려 병 입구쪽으로 이를 모은다. 이 과정을 거쳐 병 쪽에 마더가 모이면 그 부분을 얼려 이스트를 제거하게 된다.
■베스트셀러 카바 와인 '안나'
국내에도 코도르뉴의 와인이 롯데주류를 통해 수입되고 있다. 스페인 현지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베스트셀러 카바 '안나 드 코도르뉴'와 '코도르뉴 카바 클라시코 세코' 등이다. 안나 드 코도르뉴(Anna de Codorniu)는 스페인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카바로 프랑스 부르고뉴 백포도주를 만드는 대표적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를 이용해 생산됐다. 이 와인은 70% 샤르도네, 15% 자렐로와 마카베오, 15% 빠렐야다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부드럽고 우아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이 와인은 1659년 코도르뉴 가문의 마지막 상속녀였던 안나 코도르뉴와 와인에 바쳐진 삶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와인 라벨에서도 그의 옆모습을 볼 수 있으며 안나와 같은 새로운 여성상을 정립하는 데에 기여한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정 와인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는 그의 도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미스 아나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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