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5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추가 하락 전망이 높아 이에따른 아시아 경쟁국들간 '환율전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민은행(PBOC)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중국 당국이 위안을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위안은 홍콩 역외시장에서 미국 달러당 6.7310위안까지 떨어지며 역외 시장 출범 5년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날 낙폭은 1%가 넘었고, 올들어 사흘 거래만에 2% 넘게 가치가 하락했다.
PBOC가 고시환율을 사흘 연속 떨어뜨린게 방아쇠가 됐다.
PBOC는 중국 외환시장 고시환율을 전일비 0.2% 낮은 달러당 6.5314위안으로 발표했고, 시장에서는 6.5619위안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8월 11일 이후 좁혀졌던 역내외 위안 환율 격차는 PBOC의 거듭된 개입으로 다시 벌어지기 시작해 이날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PBOC의 지속적인 역내 외환시장 개입이 격차 확대의 주된 요인"이라면서 "개입이 없었다면 역내 위안 가치는 훨씬 더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PBOC는 올들어 고시환율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지만 지난해 8월 외환시장을 뒤흔든 뒤 자본유출이 심화되자 때때로 위안 가치를 끌어올리는 개입에 나서 가치 하락 속도를 통제해왔다.
제한폭 없이 움직이는 역외 시장과 달리 역내 시장에서는 하루 변동 상하한 폭이 2%로 제한돼 있어 PBOC 개입여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소시에테 제네럴(SG) 아시아 신흥시장 거래 책임자 신시아 웡은 "투자자들이 위안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외환시장 흐름은 위안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일방통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주가 폭락으로 희망도 사그라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파른 위안 하락세는 세계 경제 성장 엔진인 중국 경제 둔화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조짐일 수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또 예상치 못한 급속한 위안 가치 하락이 중국 경제 불안을 가중시키고, 동시에 아시아의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 즉 환율전쟁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악사 투자운용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 아이단 야오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 하락세가 심화하면 PBOC가 다시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 신흥시장 전략가 피터 킨셀라도 최근 위안 하락세는 결코 차분한 것이 아니라면서 과감한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외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내다팔면서 다른 신흥시장 통화, 특히 아시아 지역 통화 가치 하강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엎치락 뒤차락 하는 증시 규제 혼란으로 중국 당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곤두박질친 상태여서 위안 통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클수록 통제력 상실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일부 외국 대형은행들의 중국내 외환거래를 금지했다는 소식도 통제력 상실을 만회하기 위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이 자율변동 환율제로 완전히 이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TD 증권 신흥시장 전략가 사차 티하니는 정부가 환율 변동폭을 제한하고, 이에 개입하는 방식은 변동성을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결국 중국은 고정환율제로 가든지, 시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로 가든지 양자 간에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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