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7 17:37

수정 2016.01.07 17:37

연봉은 누가 정할까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인
유럽의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연봉 비공개가 관행
제대로 받는지 기준 없어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연봉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개개인마다 다르다.우리 삶의 가치를 연봉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연봉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논한다면 그 크기가 절대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받는 연봉의 크기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정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연봉의 수준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지금 시점에서 이 질문에 정확히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연봉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업 또는 개인사업자는 정보 왜곡이나 여론조작이 자유롭다. 이를 통해 전체를 통제하고 일부에게 특권을 행사하면서 불만을 잠재운다.

우리와 달리 유럽의 수많은 국가는 개별 노조의 협상 결과를 해당 산업 전체가 공유한다. 때문에 노조가 없는 회사의 경우도 이 협상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개인이 받는 연봉 수준을 국가 전체의 문제로 인지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사회적 원칙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에선 환영받는 일들이 유독 대한민국에서 적용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완전경제'의 개념에는 '완전정보'라는 절대적 요소가 전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업계에서 개인 연봉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는다. 때문에 개별 노동자의 가치나 회사 내 위치를 알 수 없어 연봉을 결정하는데 적절한 기준을 갖지 못한다.

매우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인 대부분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봉과 같은 임금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개인 연봉 수준에 대해 공개하거나 남과 이야기하기 꺼린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연봉이 너무 높아서, 또 어떤 사람은 너무 낮아 상대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 분명 우리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대화 주제에 있어서는 당장 오늘 먹을 점심 메뉴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

저자는 음식을 주제로 하는 이른바 '먹방'이 끊임없는 콘텐츠 확산을 통해 한국인의 먹거리 문화를 풍부하게 만든 것처럼 연봉과 같은 민감한 사안도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식점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진 정보가 셰프의 실력을 결정하는 것처럼 우리가 끊임없이 자신과 상대의 연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을 의심하고 견제해야만 불합리한 일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에 중산층 형성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를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응답하라 2016'이 만들어진다면 1988년보다 집의 외형이나 가구는 훨씬 더 좋아졌지만 마음 속 여유가 훨씬 더 팍팍해진 상태로 묘사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드라마 속 주인공인 '성덕선'의 남편이 누가 될 것인지 보다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인가가 더 궁금하다고 한다. 과연 그녀가 좋은 대학에 가서 결국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된다는 뻔한 레퍼토리로 갈 것인지, 아니면 리얼리티를 높여 대입에는 실패하지만 밝고 인간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살려 기가 막힌 반전과 함께 고연봉 전문직이 될 것인지가 관심이라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평균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받는 이 시대 아까운 20대 인재들에게 바치는 희망의 보고서 '88만원세대'와 세대간 불균형으로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사회에 내던져진 20대의 현실을 파헤친 '불황 10년'을 지은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면서도 결정 과정에서 완벽하게 소외되는 연봉의 비밀스런 메커니즘을 심도깊게 파헤쳤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