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동부제철 매각 지지부진.. '패키지 딜'에 달린 성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7 17:43

수정 2016.01.07 17:43

"인천·당진공장 묶어서" 채권단, 패키지딜 고수
"당진공장만 필요한데…" 인수후보 현대제철 고민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있어 최대 난제인 동부제철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황 회복이 더딘 가운데 매각방식과 매각대금 등의 부담으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력 인수후보인 현대제철을 견제하려는 포스코의 선택에 따라 흥행이 결정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동부제철 매각 주관 자문사인 노무라증권과 산은 M&A실은 포스코.현대제철 등 잠재 인수후보로 판단되는국내외 철강사 20여곳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보냈다. 하지만 이날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은 이달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후 이르면 2월 안으로 본입찰을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잠재 인수후보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 작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부제철 매각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매각방식에 대한 채권단과 철강업계 간 시각차 때문이다. 동부제철 매각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수자는 동부제철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하고 동부제철은 이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구조다.

문제는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파는 '패키지딜'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는 것.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동부제철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되면서 산은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당진공장 분리매각 등으로 전략을 선회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전체 가격의 30%만 투자해 동부제철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이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별도 매각을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산은이 거부했다. 결국 양측의 협상은 중단됐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 당진공장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서 판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 동부제철 매각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산은이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패키지딜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현대제철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생산거점을 당진에 두고 있어 동부제철을 인수할 경우 당진부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인천공장은 낮은 수익성과 노후한 설비로 인해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매력이 없는 매물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동부특수강과 SPP율촌에너지를 잇따라 인수한 현대제철이 사업연계성이 떨어지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까지 인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제철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인수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세아그룹은 지난해 대형 인수합병(M&A)을 연이어 성사시키면서 피로도가 쌓였다.

변수는 있다.
포스코의 움직임이다. 경쟁사인 현대제철이 동부제철까지 집어삼키면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 주도권까지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시간이 갈수록 인수 가격이나 조건에서 현대제철이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며 "포스코 입장에서는 현대제철을 견제해야 하는데 내부 사정상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