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만해도 문전성시
중국까지 경기 안좋아 물건 눈에 띄게 줄었죠
지금은 위기지만 노력해 점포 키울거예요
대한민국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4길 21. 남대문시장 주소다.
중국까지 경기 안좋아 물건 눈에 띄게 줄었죠
지금은 위기지만 노력해 점포 키울거예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꼭 한번씩은 들렀던 쇼핑 1번지의 명성을 지닌 곳. 지금은 명동, 동대문, 강남 등으로 발길을 빼앗기긴 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삶 한구석을 굳게 지키고 있는 장소다. 도매상가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상인, 혼수용품을 장만하는 신혼부부, 먹거리·볼거리를 찾아다니는 젊은 연인, 바쁜 와중에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들르는 주변 직장인, 카메라 등을 사기 위해 발길을 옮기는 '디지털족' 등이 모두 남대문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곳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수십년째 찬바람을 맞으며 가게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의 활기찬 웃음도 있다. 예전 같지 않은 2016년의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지난 4일 밤 11시 남대문시장. 한 젊은 여성이 매대 위에 아기옷을 펼쳐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아동의류업체에 근무하는 김수진씨(25·가명)다. 밤바람이 싸늘한 탓에 사진을 찍으면서도 입김으로 연신 손을 녹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옷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진기를 들이대 이리 찍고 저리 찍고를 반복한다. 남들은 잠들 시간에 신난 표정이다.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남대문시장을 찾죠. 새로운 옷을 찾아 (회사 홈페이지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반응이 좋은 옷들은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요."
수십만 내지 수백만원씩 하는 비싼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씨도 '수출역군' 중 한 명이다.
자신만의 시각과 감각으로 고른 옷들을 중국에 있는 아기들이 입고 있을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예년 같으면 발 디딜 틈도 없었을 남대문 야시장, 새벽시장이 소문에 듣던 것보다 한산한 풍경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결과 남대문시장 방문율은 5년 전보다 16.4%나 떨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남대문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사입삼촌', 시장 안에서 물건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실제 남대문시장에는 화물용 승합차에 짐을 옮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건 거래량이 절반가량 줄었어요. 내수가 나빠진 데다 물건을 많이 보냈던 중국경기도 예년 같지 않다고 하는데 실제 (남대문시장에서) 나가는 물건을 보면 (경기침체를) 실감할 수 있죠."
사입삼촌을 한 지 2년째 됐다는 심모씨(38)의 말이다.
남대문시장에서 7년째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혜진씨(38·가명)의 말에선 과거와 같지 않은 남대문시장의 현실을 더욱 신랄하게 엿볼 수 있었다.
"머리 뚫리고 팔만 들어가면 (옷을) 사갈 때가 있었죠(웃음). 그런데 이제는 중국에 공략당해서 그런지 쉽지 않아요." 호시절을 기억하듯 현재 남대문시장 서울원아동복쇼핑센터에만 옷가게가 180여곳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선 지방과 중국, 일본 등 주변 나라에 옷을 갖다 팔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단다. 하지만 이도 옛날이야기다.
한류 열풍이 시들해졌고, 이웃나라 경기까지 나빠지면서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저가상품으로 공략한 것도 남대문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내놓기만 하면 팔렸던 상품이 창고에 쌓이는 날짜가 갈수록 늘고 그만큼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장사 안되지만 나중에 기회될 수도…
"몇 년째 국내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니 남대문시장을 찾는 (소매)상인들의 발걸음도 줄어든 게 눈에 보이고…. 애들도 덜 낳다 보니 누가 아동복을 사가겠어요."
아동복을 파는 또 다른 상인의 넋두리다.
장사가 안되다 보니 날씨 탓까지 나온다. 사계절이 점점 뚜렷하지 않다 보니 옷을 사 입는 주기도 뜸해졌다는 것이다. 그럴 법도 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배운 것이 장사고, 먹여살려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은 위기이지만 나중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몇 년 안에 이곳 상가에서 가장 잘나가는 점포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의류의 1차 생산지이자 근원지가 남대문시장이죠.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의류도매의 첫 출발점에 (내가) 있다는 매력이 있죠"라고 말했다.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조그만 가게를 지키다 잠깐 눈을 붙인 후 다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나와서 일을 한다는 그. 희미해져가는 남대문시장의 불빛을 환하게 밝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다.
어느덧 시계가 새벽 1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방금 구매한 옷들을 자신의 차에 싣고 있는 박효진씨(35). 그는 홍콩 센트럴에서 'Made in Korea'가 붙은 옷을 팔고 있다. 물론 그 옷들은 대부분 남대문시장에서 사간다. 그는 "홍콩 고객들이 한국 옷을 상당히 좋아해요. 올해는 홍콩 현지에 가게를 한 군데 더 내는 게 꿈입니다"라며 활짝 웃고는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새벽 3시께가 되자 대형버스들이 남대문시장 곳곳으로 몰려든다. 지방에서 올라온 도매상인들이 물건을 사고, 자신을 태우고온 차에 다시 올라탈 시간이다.
좀 더 좋은, 좀 더 싼 물건을 사기위해 몇 시간째 정신없이 돌아다닌 탓인지 버스에 오르자마자 스르르 잠이 든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는 누군가에게 팔 물건과 함께 그들의 '희망'도 함께 실려 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김가희 변영건 신현보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