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원화가 위험하다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7 16:53

수정 2016.01.17 16:53

[데스크 칼럼] 원화가 위험하다

환율이 연초부터 요동치고 있다. 순식간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넘어섰다. 중국 실물경제 경착륙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에 외환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 중국 증시는 주가가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폭락, 올 들어 이틀이나 조기폐장할 정도로 변동성이 높다. 중국 위안화 흐름도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위안화 환율을 놓고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사실상 '환율전쟁' 중이다.
위안화 '가치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와 '점진적 안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중국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정면 충돌한 것이다. '중국 쇼크'에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라는 돌발변수까지 터졌다. 수치상으론 원화의 상처가 더 깊다. 올 들어 15일까지 미국 달러 대비 원화의 하락폭은 마이너스(-) 3.5%로 중국 위안의 -1.4%보다 크다. 불은 안방(중국)에서 낫지만 피해는 건넌방(한국)이 더 많이 본 형국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보통 수출가격경쟁력 강화로 연결돼 호재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의 환율 인식은 다르다. 우선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과 경쟁을 하는 중국 기업들도 위안화 절하 효과를 똑같이 본다. 원화와 위안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더구나 중국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 대(對)중국 수출기업의 실적개선 효과도 크지 않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생산 비중이 높다는 점도 환율효과를 반감시킨다. 지난해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43%에 달했다.

중국 위안화발 국가별 환율전쟁도 우려된다. 위안화 가치하락으로 수출경쟁력 훼손을 우려한 주요국이 앞다퉈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게 되면 원화의 안정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7일 비데가라이 멕시코 재무장관이 "위안화 절하가 주요국의 경쟁적 통화절하 위험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8일 시타라만 인도 통상산업장관 또한 위안화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을 '우려스러운 전개'라고 비판했다.

원화의 안정적 관리 역시 관건이다. 수출기업들이 누리는 환율효과보다 환차손을 피해 한국을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증을 초래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현 상황을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 유가하락 지속, 중동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칵테일 위기'로까지 지칭할 정도여서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선이다. 미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시급하다.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안전판으로서 기능을 톡톡히 했다. 2008년 10월 미국과 전격 체결한 300억달러 통화스와프로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급락하던 원화값과 주가는 단번에 안정됐다. 한·일 관계 경색으로 지난해 2월 종료됐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재개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협정을 체결한 뒤 약 14년간 통화스와프를 유지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도 일본과 통화스와프 재개를 논의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오스본 장관의 언급처럼 글로벌 경제가 한치 앞도 못보는 상황이며 통화스와프의 이름값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유일호 신임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이 첫발을 내딛었다. 위안화와 엔화의 움직임을 고려해 한국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 외국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지 않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원화를 안정시켜야 한다.
원화가 위험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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