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보 유통, 개인정보 유출 등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보 사업자를 강하게 처발하는 방식은 일회성 조치입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진)는 개인의 정보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가 온라인 상에 떠돌거나 제 3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용, 사적인 이득을 챙기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법률가인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잊혀질 권리'의 핵심 개념으로 '정보 주체의 정보 통제권 강화'를 꼽는다.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및 표현물의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온라인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개인들의 정보 통제권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이 변호사는 제도 개선과 함께 기술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자신이 제작한 표현물 등 온라인 정보에 대한 열람, 수정, 삭제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적 방안은 물론, 온라인 정보가 기록으로 남는 기간을 특정하는 기술을 일반인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적인 정보는 현행법으로도 수정, 삭제 요청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많아 고시 개정 등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개인의 정보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이 제공하거나 생산하는 정보에 대해 삭제 기한을 정하는 기술적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2년여 전부터 IT업계, 법률학자 등 전문가를 중심으로 법제화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처음으로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강원도는 잊혀질 권리 사업을 지차체 가운데 처음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잊혀질 권리 연구반'을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논의가 시작될 무렵에는 대부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점점 표현의 자유 등의 가치와 대립하며 입법화 외에 다양한 방안도 논의되는 중"이라면서 "불법적인 정보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는 현행법이 제대로 준수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가다듬고 정보 주체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이 잊혀질 권리 입법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2012년 1월 25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법(Data Protection Law) 개정안을 확정했다. 러시아는 올해부터 인터넷상에 검색되는 개인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 법안'을 시행한다.
미국 입장은 유보적이다. 전통적으로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아울러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주도하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도 미국이 잊혀질 권리 법제화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정부가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적극 추진할 경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트위터 등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유럽 쪽에서 잊혀질 권리에 적극적인 것은 구글 등 미국 내 정보 사업자들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온라인 환경과 현실에 맞는 잊혀질 권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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