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특별 인터뷰]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국가가 부도나면 기업·노동자도 없어.. 노사정 다시 논의를"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20 17:56

수정 2016.01.20 17:56

대한민국 갈등 해소의 길 묻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생·공정·신뢰.. 지도층이 공동체의식 가져야
운전면허증 지역표기 없애 갈등 해소.. 통일 위해 남남분열 없애야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이 20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날 한국노총의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불참에 대해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하며 노사정위 복귀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이 20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날 한국노총의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불참에 대해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하며 노사정위 복귀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20일 국민대통합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공기가 없으면 우리가 죽는다"라는 말에 빗대 설명했다. 사회의 모든 갈등이 사회적 비용을 낳고 있는데 국민대통합을 위한 소리 없는 노력이야말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프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새문안로 국민대통합위원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는 동안 시종일관 국민통합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지역·이념·세대·계층·남북 등 각종 갈등에 대한 해법을 쏟아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은 지 올해로 4년째인 한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 정착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치 도출을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리 사회 내 지역, 계층, 이념 등 각종 갈등을 치유하고 국론 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을 만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혜안을 들어봤다.

―우리 사회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갈등요인을 꼽는다면.

▲'2015 국민통합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갈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여야 정치갈등(51.8%), 경제적 빈부격차(40.3%), 개인 이기주의(36.4%)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을 비롯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동체의식이다. 1968년 가레스 하딘 교수가 설파한 '공유지의 비극'이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말해준다. 주인 없는 목초지에서 누구나 소를 키우도록 했더니 결과가 어떻게 됐나. 서로 더 많은 소를 풀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다 결국 목초지는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황무지가 됐고, 그 많던 소는 다 사라졌다. 저마다 눈앞의 자기 이익만 좇다 전체를 잃고 말게 된 것이다. 우리 위원회가 조사(2014 국민통합 국민의식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통합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상생, 공정, 신뢰의 순이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자기가 먼저 실천하는 공동체의식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치권 등 사회지도층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최근 국민통합 의식조사에서 국민통합을 막는 갈등요인으로 여야 간 정치갈등이 1위로 나타났다. 국민통합을 위해 정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나도 놀랐다. 계층갈등이 심각해 1위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아픔을 소화시키고 국민과 같이 고통을 나눌 국회를 위해 여야 모두가 그게 안된다는 게 여론조사에 나온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게 있다. 지도자나 정치인 등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층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바다라는 것을 볼 때 바다는 낮은 데 있지 높은 데 있지 않다. 자기 몸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 상수도든 하수도든 더러운 물이든 다 받는다. 어떤 물도 포용한다. 마지막으로, 정체성도 있어야 한다. 바다는 짠물이다. 그게 정체성이다. 결과적으로 지도자들은 겸손하며 몸을 낮추며 모든 이야기를 듣고 다 사양하지 말고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한노총이 노사정 합의 파기와 탈퇴 선언으로 노동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초대 노사정위원장을 맡은 분으로서 노사정 순항을 위한 방안은.

▲지난해 노사정 합의는 노사가 합의한 것이자만 국민에 대한 국민을 위한 약속이다. 나의 바람은 한노총이 노사정에 복귀해서 다시 논의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1기 노사정위 기구를 만들 때 정말 힘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구체적으로 노사정위를 어떻게 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라 당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만 듣고 일을 시작했다. 두 달 반 동안 한노총, 민노총. 전경련, 경총과 정당 및 경제부총리, 노동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한 노사정위를 구성하고 그 다음에 실무급을 만들고 전문위원까지 해서 3층집 구조의 기구를 만들었다. 당시 기구를 만들 때 노사정에 대한 나의 기본정신은 '국가가 있고 기업과 노동자가 있는 거다'라는 점이었다. 국가가 없으면 안된다. 노동자와 기업, 정부 다 (사정은)마찬가지겠지만 국가 차원에서 생각해달라는 거였다. 국가가 부도 나게 되면 기업이 있을 수 있나, 노동자 있을 수 있나. 그런 생각으로 설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대선공약인 국민통합 약속을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그동안 일궈온 성과와 올해 역점을 둘 과제는.

▲국민대통합위가 지금 3기를 맞이하고 있다. 1기에서는 '국민대통합 종합계획'을 수립했는데, 열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철로가 있어야 하듯이 국민대통합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청사진과 세부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2기에서는 '작은 실천, 큰 보람'운동, 국민대토론회, 전국에 걸친 지역간담회를 통해 국민 속에서 국민과 함께 실천하는 위원회를 지향하고, 국민대통합이 형이상학적인 외침에 그치지 않도록 실천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해 왔다. 1기에서 대통합의 레일을 깔고, 2기에서는 그에 대한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구들장을 데우는 단계였다고 한다면 3기에서는 데워진 구들장의 온기가 방 구석구석에 골고루 퍼지도록 실천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갈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위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통합을 위한 위원회의 세부전략은 무엇인가.

▲국민통합의 실체에 대해 반대로 질문을 해보겠다. 공기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공기가 없으면 우리가 죽는다. 그런 형태다. 대통합이란 추상적이어서 형태를 이야기하라면 쉽지 않다. 또 통합이란 것은 결과물이지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위원회는 내부적으로 이를 구체화할 방안을 찾은 끝에 '작은 실천 큰 보람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시 중인 국민대토론은 우리나라 토론 역사의 프레임을 바꾸는 개혁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토론은 위에서 이미 의제와 토론자, 참여자를 다 결정하는 식이다. 우리는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이 같은 형식을 파괴하고 상향식 토론 문화를 열어가고 있다. 그래서 개혁이라고 하는 거다. 생활 곳곳에 이 같은 아이디어들이 정책에 반영된 게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소지하고 있는 운전면허증을 봐라. 면허증에 지금은 지역표기가 없는 대신 숫자로만 표기가 돼있는 방안을 국민대통합위에서 건의한 것이다. 예전엔 서울, 강원, 전남 등 지역표기가 돼있었는데 숫자표기로 바꾸면서 결국 지역갈등 해소의 모범사례가 됐다.

―남북통일을 위해 국민대통합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인가.

▲국민대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민족과제인 남북통일의 가장 핵심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통합이 잘 되면 통일도 빨라질 수 있으므로 남북통일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남남갈등으로 분열된 상황에서는 남북통일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남남갈등을 우선 해소하는 것이 곧 남북갈등을 줄이고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우리 위원회는 국민합의에 기반한 평화통일을 국민대통합의 완성으로 보고, 통일에 관한 다양한 논의와 탈북민과의 소통 등을 진행할 것이다. 최근 일부 젊은이들이 '지금도 살기 힘든데 통일이 되면 더 힘들어질 것 아닌가'라며 통일비용을 걱정하기도 한다. 통일됐을 때 실제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가를 젊은이들에게 얘기해 주어야 한다.

―인구절벽의 시대에 대안으로 이민자 배려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65만명의 다문화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또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런 만큼, 차별 없는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선진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문화 정책은 국민대통합에 있어서도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언어와 문화,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소통과 화합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역시 다문화 사회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주민센터 등 현장을 방문해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했고 차별해소, 교육지원,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 등 다각적인 정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을 국민대통합 홍보대사로 위촉해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합위가 공공의식 함양을 위해 각종 혜택 제공이나 대학 입시제도 등에 활용될 수 있는 '공공의식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는데 그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해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국민 패널분들께서 개인·사회·국가 차원에서의 공공의식 함양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정책제언으로 도출해 주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공공의식 교육, 공공의식 인센티브 제도 실시가 제시됐다. 공공의식 인센티브 제도는 공공의식의 실천 정도를 마일리지화해 가족 단위로 적립토록 함으로써 일정 수준을 적립할 경우 고궁, 영화 입장권 등을 제공하거나 입시제도에 반영하는 방안이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를 절약한 만큼 마일리지 형태로 적립하여 현금 전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서울시의 에코 마일리지 제도가 이와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74세 △전북 전주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영어영문학과 중퇴 △제11.13.14.15대 국회의원 △민주화추진협의회 대변인 △범야권 대통령후보 단일화협상 추진위원장 △초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초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제22대 대통령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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