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캡슐커피 시장에 격변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선발업체인 네스프레소와 같은 계열 브랜드인 돌체구스토가 캡슐커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
국내에 캡슐커피가 처음 도입된 2008년 이후 네스프레소 외에도 큐리그, 인벤토, 이탈리코, 카피탈리, 타시모 등 많은 브랜드가 시장에 참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해 오거나 사업을 접은 형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 캡슐커피 시장의 선두업체인 큐리그 그린마운틴이 국내 주방가전업체인 쿠첸과 협력하여 국내 시장에 직접 진입했고, 이전까지 큐리그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해 오던 캡슐커피 전문업체 델리코는 미국의 또다른 유명 캡슐 브랜드인 브루클린 커피를 도입하면서 캡슐커피 시장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델리코 측은 최근 캡슐커피 신제품 두 가지를 출시했다. 하나는 미국의 브루클린 커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의 유명 캡슐커피인 바르세토 커피다.
브루클린 커피는 다양한 산지의 아라비카 생두를 여러 방식으로 블렌딩하고 로스팅 정도에 따라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 커피로 분류해 17가지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이중에는 바닐라, 헤이즐럿, 초콜릿, 메이플, 시나몬, 카라멜 등 6가지의 향커피도 포함돼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 커피로스팅 업체인 카페코르시니에서 생산하는 바르세토 커피는 10개씩 포장된 에스프레소용 원두커피로 로스팅 정도에 따라 델리카토, 아라비카, 인텐시바 등 3가지 상품이 출시돼 있다.
커피시장의 격변은 해외시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독일 최대 부호 라이만 가문이 투자사 JAB홀딩을 통해 미국 큐리그 그린마운틴을 139억 달러(약 16조8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커피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계약이다.
JAB홀딩은 2013년 당시 세계 3위였던 야콥 다우 에그버츠를 인수했고, 이어 2위였던 미국 몬델레즈 인터내셔널 커피를 합병한 바 있다. JAB홀딩이 미국의 큐리그 그린마운틴을 합병하면 세계 2위 업체인 야콥 다우 에그버츠와 3위 큐리그 그린마운틴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는 약 20%에 달해 1위업체인 네슬레(22%)와 차이가 크지 않다.
네슬레가 운영하는 네스프레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나 유독 미국에서만은 큐리그에게 크게 뒤져 있는 상태다. 이 합병이 미국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1위의 아성을 위협받고 있는 네슬레가 세계최대의 시장인 미국에서 네스프레소를 앞세워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국내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는 네스프레소는 약 5g의 분쇄된 커피를 캡슐 형태로 포장하여 자체 규격의 소형머신에서 가압 방식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네스프레소가 유럽의 에스프레소 문화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커피를 캡슐 형태로 구현했다면, 큐리그는 전형적인 미국 방식의 캡슐커피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하는 드립식 커피를 마시는데, 이를 간단히 하기 위해 약 10g의 커피를 캡슐에 담아 드립커피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식이 큐리그 시스템이다. 네스프레소가 네슬레라는 대기업이 개발한 방식이라면 큐리그는 1990년대에 설립된 벤처기업인 큐리그가 개발했는데 이를 커피회사인 그린마운틴이 인수 합병했다.
큐리그는 2000년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커피회사라 할 만큼 성장을 거듭해 미국 가정용 커피머신의 1인자가 되었으나 2012년 독자적인 시스템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동일방식의 캡슐을 공급하는 회사가 대거 등장하여 안정적인 성장에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미국의 수많은 가정이 이미 구비하고 있는 큐리그 커피머신을 이용할 수 있는 캡슐을 내놓는 커피사업자가 많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큐리그에게만 나타난 것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캡슐시스템에 대한 특허가 만료된 네스프레소도 이탈리아의 바르세토 커피와 같은 호환캡슐의 진출에 일부 시장을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의 유명 커피로스터인 브루클린 커피, 샌프란시스코베이 커피 같은 회사들이 저렴하게 내놓는 캡슐커피가 고가격 정책으로도 독점을 향유하던 큐리그의 시장을 크게 파고들자 큐리그 그린마운틴은 자사가 라이선스를 부여한 스타벅스 같은 캡슐만을 추출하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의 기계를 내놓았고 이는 곧 기존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큐리그 외에도 유명 캡슐커피를 저렴하게 즐기던 소비자들이 큐리그의 독점추구형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큐리그의 주가는 폭락했고 전문가들은 큐리그의 장기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한 돌파구로 큐리그가 선택한 것이 해외시장 진출이었다.
2002년 일본 UCC 커피와의 합작투자로 아시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제외하면 설립 이후 오직 북미시장에만 주력해 오던 큐리그는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그 첫 대상지로 한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4개국을 선택했다.
서방 선진국과 함께 우리나라가 선택된 이유는 한국의 커피시장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과 네스프레소 또한 한국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실적을 거두어 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함께 2008년부터 국내에서 큐리그 사업을 전개한 델리코가 많은 큐리그커피머신과 함께 큐리그 캡슐을 이용할 수 있는 보글러 캡슐머신을 공급해 놓아 큐리그 캡슐을 바로 사용할 있는 시장과 고객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커피시장은 최근들어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사업을 접는 등 이미 곳곳에서 포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더욱이 캡슐커피 분야는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를 제외하면 성공적이라고 할만한 브랜드가 없다.
한국은 원두커피 시장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는 믹스커피로 대변되는 인스턴트커피가 여전히 건재하고 이를 대체하는 수단 또한 인스턴트화된 원두커피가 가장 앞서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네스프레소가 전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캡슐커피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믹스커피에 비할 바는 아닌데다가 암울할 경기전망 하에 소비를 줄이는 가정이 계속 늘고 있는 불안한 경제상황 또한 캡슐커피시장의 녹록치 않은 앞날을 예고한다.
가정용 원두커피 시장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한국에 들어오는 기업들에게는 캡슐커피 브랜드간의 치열한 경쟁 이외에도 이 같은 장벽이 두터워 이래저래 쉽지 않은 한해가 될 전망이지만 가정에서 스타벅스, 커피빈, 브루클린, 바르세토 같은 유명 브랜드의 캡슐커피를 저렴하게 즐기고자 하는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kjy1184@fnnews.com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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