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외서 몰수한 범죄수익금.. 피해자에 돌려주기 어렵다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01 17:07

수정 2016.02.01 17:07

법적 근거 미비 보완 필요.. 피해자환부제도 도입해야
정부, 연구용역 등 신중히
#. 사기 범죄자 E씨는 1500여명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250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범행기간 편취한 19억6000만원을 미국 법인에 송금한 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빌라 1채를 부인 명의로 사들였다. 검찰은 2011년 12월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HSI)과 사법공조를 통해 E씨의 범죄피해재산을 몰수보전조치하고 2013년 5월 경매를 신청, 9만6500달러에 낙찰받았다. 그러나 해당 재산을 국내로 환수하는 절차에서 법률적 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 문제는 해당 자금을 환수해도 피해자에게 나눠줄 근거나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로 빼돌린 사기범죄 수익금이 제도적 미비점으로 피해자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간 협력을 통해 사기 범죄수익을 환수하거나 환수된 범죄수익을 국내 피해자들에게 환부(還付)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행법 내에서 해외 유출 범죄수익 환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법 개정 등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적 근거 부족으로 미국 내 범죄수익금을 국내로 환수하는 작업이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피해자들에게 재산을 환부하기 위한 입법적인 보완 역시 필요해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범죄수익→정부→피해자 근거 취약

우선 현행법상 외국 정부에서 몰수한 사기 범죄수익금을 우리 정부가 반환받을 수 있는 근거가 취약하다.

범죄수익규제법 제8조 및 10조에 의해 몰수대상재산이 범죄피해재산인 경우 몰수, 추징할 수 없다. 다만 부패재산몰수특례법 제6조는 횡령, 배임죄로 국한된 범죄피해재산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몰수.추징이 가능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 정도다. 사실상 사기 범죄피해수익금을 국가가 몰수.추징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외국 사법당국이 우리나라의 공조요청에 의해 외국에 있는 범죄피해재산을 환수해도 이를 피해자에게 환부할 근거와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수익규제법'을 개정, 사기 범죄피해재산에 대한 몰수·추징을 인정하고 '피해자 환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홍찬기 성균관대 교수는 "조직적 사기범죄 피해재산의 몰수·추징과 피해자 환부를 위한 범죄수익규제법 개정은 범죄자의 성명, 주소 등 기본적인 정보와 범죄인의 재산상태 접근이 어려운 범죄피해자를 보호할 것"이라며 "보복의 두려움으로 인해 실제 민사절차로 나아갈 수 없었던 범죄피해자의 권리보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법 개정 신중… 입법 과제 연구용역

정부 역시 이같은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당장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사기죄의 경우 범죄자와 피해자간 돈을 둘러싼 민사상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강제적으로 돈을 몰수하면 두 사람이 합의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재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사기죄 유형과 사건이 다양해 국가가 개입할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몰수금 운용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추가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우선 범죄수익 환수 제도의 개선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입법 과제에 대한 연구 용역을 외부에 맡길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기죄의 경우 피해자가 사건을 취소하지 않는 이상 금전을 둘러싼 민사적인 관계가 계속된다"며 "개인간 재산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신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