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성민 등 베테랑들과 호흡
'군도' '검은 사제들' 이미지 벗고 코믹 연기 제대로 선보여
최근 대형 기획사 YG와 계약
"아시아에 기여하는 배우 되고 싶어"
'군도' '검은 사제들' 이미지 벗고 코믹 연기 제대로 선보여
최근 대형 기획사 YG와 계약
"아시아에 기여하는 배우 되고 싶어"
강동원(35)이 변신했다. '꽃미모'는 그대로인데 그걸 가지고 여자들을 홀린다. 중졸 출신이지만 "펜실베니아에서는…"을 한껏 혀를 굴리며 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셔플 댄스를 추며 아주머니들의 엉덩이를 찰싹 때릴 때는 포복절도다. 강동원이 코미디를 한다.
3일 개봉하는 영화 '검사외전'은 그야말로 강동원의 영화다. 다혈질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되는데 우연히 전과 9범의 사기꾼 치원(강동원 분)을 만나 복수를 대신할 '선수'임을 직감한다. 변재욱의 도움으로 치원이 무혐의로 출소한 뒤 진실을 밝히기 위한 두 사람의 협업이 펼쳐진다. 내용만 들으면 '베테랑' '내부자들'에 이어 사회 권력층의 비리를 파헤치는 또다른 범죄 스릴러 장르인가 싶지만 코미디다.
영화 개봉을 일주일여 앞두고 만난 강동원은 "스토리 자체는 범죄, 정치판 비리, 정경유착을 소재로 하지만 '검사외전'은 오락영화"라고 못을 박았다. "범죄자가 더 나쁜 범죄자를 잡는다는 설정이 특별하면서 재밌죠. 영화는 사실 단순한 구조에요. 대신 개성 뚜렸한 캐릭터 보는 재미가 있어요."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같은 굵직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영화 재미의 절반은 강동원이 감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코믹 본능이 폭발해 객석을 덮친다. '초능력자' '의형제' '두근두근 내인생' '군도: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까지 극과 극의 연기를 넘나들었던 그지만 코믹 연기는 처음이다. 의외로 그는 "원래부터 코미디를 가장 좋아했다"고 했다. "코믹 연기 할 때 스트레스를 덜 받더라고요. 물론 톤 조절도 잘 해야하고 너무 과하지 않아야 하는 어려움은 있죠. 웃는 거 참는 것도 좀 힘들죠. 하하."
치원은 시도 때도 없이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잘생긴 외모를 이용해 사기를 친다. 나쁜 놈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강동원은 "사기꾼이지만 귀여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 한마디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아요. 여기에 제가 추가로 넣은 설정은 사기치기 위해 시작한 연기에서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 만화적 설정이죠."
캐릭터만 변신한게 아니라 사람도 바뀌었다. 인터뷰할 때 말수도 적고 잘 웃지 않던 그는 잘 웃고 농담도 늘었다. 영화계에 발을 들인지 10년이 훌쩍 넘은 그는 "시사회 전날 푹 잤다. 이제 좀 편해졌다"고 했다. "모델 하다가 외모로 쉽게 연기한다, 그런 냉소적인 시선들이 있었거든요. 불편했죠. 이제 점점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데뷔 때부터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모델 시작하면서 연기 학원도 들어갔거든요. 3년 배웠어요. 첫 수업이 독백이었는데 머릿 속이 하얘질 만큼 재밌더라고요.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재미가 없으면 쉽게 실증나는" 그에게 평생 실증나지 않을 것은 단연 영화 만들기다. "혼자 다 하던" 그가 YG엔터테인먼트 소속배우로 들어간 것도 영화만 집중하고 싶어서다. 배우로서 목표도 분명하다. "데뷔 때부터 하던 얘기지만 아시아 시장에 기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은 영화가 큰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건 배우의 힘이거든요. 연기가 편해졌고 경험도 쌓였으니까요.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온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전략적으로 하고싶진 않아요. 하고싶은 걸 열심히 하다보면 영향력은 생기는 거니까요."
영화에서 입고 나온 교복, 사제복에 이어 죄수복까지 화제가 되는 외모다. 거기에 연기까지 받쳐주니 요즘말로 '사기캐'(비현실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춘 인물을 일컫는 '사기 캐릭터'의 준말)가 따로 없다. 강동원이 이번에 제대로 된 역할을 만난 것 같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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