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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하얀 속살.. 살오른 울진 대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1 17:54

수정 2016.02.11 22:08

후포항 앞바다 거대한 암초가 대게 서식지
오전 7시30분 수협위판장 경매로 활기차
경북 울진 후포항 수협위판장은 어선들이 후포항 앞바다 왕돌초에서 잡아온 대게를 경매하기 위해 경매사와 상인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린다. 사진=이정호 선임기자
경북 울진 후포항 수협위판장은 어선들이 후포항 앞바다 왕돌초에서 잡아온 대게를 경매하기 위해 경매사와 상인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린다. 사진=이정호 선임기자

【 울진(경북)=이정호 선임기자】 경상북도 울진군은 우리나라 대게의 본고장이다. 대게는 동해안 전역에서 서식하지만 울진에서 많이 잡히는 까닭은 후포항 앞바다에 대게가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왕돌초라는 거대한 암초가 있기 때문이다. 왕돌초는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곳에 있다. 싱싱한 연근해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울진에서는 고소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알리려 '2016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를 오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4일간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연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대게와 쫄깃하고 담백한 풍미의 붉은대게를 공짜로 맛볼 수 있는 무료시식 행사도 펼쳐진다.

한 사람 당 반마리 정도 나눠줄 만큼 인심도 넉넉하다. 늦겨울, 이른 봄에 살이 탱탱하게 오른 제대로 된 대게를 맛보려면 울진으로 떠나면 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대게

대게는 몸통이 크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걷는다리 마디가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스노 크랩(Snow Crab)이라고 하는데 살이 눈처럼 하얗다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조업시기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이 돼야 제맛을 볼 수 있다. 제철 대게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

대게는 수컷과 암컷의 몸 크기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수컷은 등딱지 길이가 13㎝ 정도 될 때까지 자라지만 암컷은 7㎝ 조금 넘길 뿐이다. 암컷은 몸이 찐빵만하다 하여 '빵게'라고 부른다. 또 암컷은 자원 보존을 위해 잡을 수가 없어서 우리가 먹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수컷은 15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도 등딱지 길이가 9cm 이상 돼야 잡을 수 있는데, 이 정도의 것이면 8년 정도 자란 것이라 한다. 대게는 같은 그물에 올라온 것이라 해도 때깔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 황금색, 은백색, 분홍색, 홍색 등 네 종류로 구분한다.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단단하고 맛있다. 특히 황금색이 도는 것을 '박달대게'라 부르고 최상급으로 취급한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건져낼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게 집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울진이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도 "대게는 울진의 특산물"이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 잡히는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는데 찜통에 15~20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살을 다 발라먹은 후 게 뚜껑에 있는 장을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 먹으면 별미 중의 별미다.

대게를 구입할 때는 무엇보다 배 부분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물렁물렁한 느낌이 들면 살 대신 물이 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각질이 노란빛을 띠고 손으로 자를 수 있을 만큼 연해야 영양이 풍부하다. 가격은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몸통 길이 12㎝ 정도 중대형 시세는 대게 3만5000원, 홍게 2만5000원 정도다.

맛있게 하얀 속살.. 살오른 울진 대게

■대게의 주서식지 후포항 앞바다 왕돌초

대게의 주서식지는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왕돌초는 동서 21㎞, 남북 54㎞ 되는 암초다. 면적이 여의도의 2배 정도 된다. 맞잠.중간잠.셋잠이라고 불리는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심이 얕은 곳은 5m, 바깥쪽 깊은 곳은 500~600m 정도이다. 수심 200~400m에서 대게가 집중적으로 서식한다.

이 왕돌초 근처에서 대게잡이가 이루어지는데 영덕의 배도, 울진의 배도 와서 잡는다. 이곳에서 잡힌 대게를 영덕으로 가져가 팔면 '영덕대게'가 되는 것이고 울진에서 팔면 '울진대게'가 되는 것인데 같은 곳에서 잡힌 대게여서 가격 차이가 있다면 모를까 맛에선 차이가 전혀 없다.

왕돌초 일대는 대표적 특산물인 대게를 비롯해 각종 수산물의 어획량이 풍부해 오래전부터 동해안 지역 어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과 주변에 버려진 어구 등 때문에 주변 해역의 생태계 파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울진대게의 공식적인 조업 시기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인데,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업 시기를 한 달 정도 늦춰 12월부터 조업을 하고 있다. 이 때에도 일정 크기 이하의 대게는 잡지 않으며, 대게 암컷인 빵게는 잡히더라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등 대게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맛있게 하얀 속살.. 살오른 울진 대게

■밤새 잡은 대게 아침경매는 '속전속결'

대게가 살이 오르는 한겨울부터 봄까지가 대게철이다.

울진군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후포항에는 어선들로 가득 차 있다. 선원들이 잡아온 대게들과 각종 수산물을 배에서 내린다.

아침마다 후포항 수협위판장은 왕돌초에서 밤새 잡아온 대게를 경매하는 모습으로 활기가 넘쳐 흐른다. 오전 7시30분부터 대게 경매판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어선에서 내린 대게가 여인들 4~5명의 능숙한 솜씨로 위판장 바닥에 쫙 깔리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속에 물이 차 가격이 안 나가는 대게인 '물게'를 골라 뒤로 제쳐놓고 크기별로 나눠 도열시킨다. 드러누운 대게들이 마치 열병식을 치르는 것처럼 보인다.

위판장은 대게를 사러 몰려든 상인들과 경매사, 관광객들이 뒤엉켜 북적거린다. 상인들의 호가와 경락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경매를 마친 대게는 바로 수레에 실려서 인근 식당과 각 지역으로 흩어진다. 경매사는 바로 그 옆자리로 옮겨 다른 어선이 잡아와 바닥에 깔아놓은 대게 경매로 넘어간다.

잠시 숨을 돌린 뒤 오전 9시30분부터는 붉은대게(홍게) 경매가 펼쳐진다.

대게가 성골이라면 홍게는 진골이다. 격이 다르고 맛이 다르다. 후포항 수협수산물유통센터에서 왕돌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임효철 사장은 "대게는 살이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반면 홍게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나지만 짠맛이 조금 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게와 홍게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임 사장은 "삶은 게를 뒤집었을 때 배가 하얀색이면 대게이고 등딱지도 배도 붉은 색이면 홍게"라며 "대게 중에서도 살이 꽉 차고 크기가 커 최상급인 박달대게는 배쪽이 황금색을 띄고 있어 금방 구분이 된다"고 귀띔했다.

jungle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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