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오시설로 인식되던 부산의 환경기초시설이 영화와 TV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각종 영상의 배경이 될 만한 시설자원이 풍부한데다 보안이 철저해 촬영 적격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부산환경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창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성룡이 제작에 나선 한·중 합작영화 '치명도수(致命倒數-RESET)가 지난 15일 공단 수영하수처리장에서 촬영됐다.
지난달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박명수, 황광희 등 출연자들이 쫓고 쫓기는 배경이 된 곳도 이 곳이다.
최근에는 곽경택 감독의 영화 '부활'이 개봉을 앞두고 주요장면을 수영하수처리장에서 촬영했으며 조인성, 정우성 주연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끈 영화 '더 킹'도 촬영을 검토중이다.
지난 2002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시작으로 '마이뉴파트너' '부당거래' '베테랑' '전우치' 등 국내 화제작의 주요 장면에도 공단 내 하수처리장이나 소각장 등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공단 내 환경기초시설에서 촬영한 영화는 모두 20편에 달한다.
영화 뿐 아니다. 2008년 서태지의 컴백 뮤직비디오 '휴먼드림'과 영화배우 조인성의 휴대전화 CF 촬영장소, 명품잡지의 특집화보 등도 수영과 강변 등 하수처리장, 해운대소각장 등에서 진행됐다.
이처럼 부산의 환경기초시설에 국내외 영화계 등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촬영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 시설물 중 최다 촬영지인 수영하수처리장의 경우 전체 면적 15만㎡ 중 3만8000㎡가 축구장, 공원 등의 편의시설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촬영이 가능하고 하수를 처리하는 지하시설과 소화조, 가스탱크 등은 액션장면이나 공상과학(SF·science-fiction ) 영화를 촬영하기에 적합하다.
여기에 일반 시민의 출입까지 제한돼 있어 촬영이 자유롭고 공단의 적극적인 행정 협조 등도 한 몫 했다.
공단은 환경기초시설이 혐오시설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각종 문화메세나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본부 산하 15개 사업소를 전면 개방해 지역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 각종 스포츠행사 및 견학체험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전국 유일의 하수처리장음악회를 남부하수처리장에서 열어 문화와 환경의 만남을 통한 시민 환경의식을 높이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이종원 공단 이사장은 "앞으로 공단은 녹색기술을 통해 친환경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영화촬영을 적극 지원해 볼거리 많은 영상영화도시 부산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