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세컨즈, 가성비로 승부.. 스파오·미쏘 중국시장 공략
소재·디자인경쟁력 제고 과제
소재·디자인경쟁력 제고 과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가 올해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등 토종 생산유통일괄(SPA)브랜드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토종 SPA브랜드들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유니클로의 성공이 시사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국내 시장 진출 10년만인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유니클로는 2014년 9월 1일부터 2015년 8월 31일까지 1년 동안 국내에서 매출 1조11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영업이익도 45% 증가했다.
■유니클로, 가성비 탁월
패션 전문가들은 유니클로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가성비(가격대비 품질)를 꼽는다.
원은경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부장은 "유니클로가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훌륭한 소재의 제품을 내놓는다는 자체가 놀랍다"며 "소재, 봉제, 기능성 모두 훌륭한데 생산 협력업체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니클로가 뛰어난 소재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은 일본 첨단 소재회사 도레이와 손잡고 기능성 의류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레이는 유니클로 단독 개발팀을 구성해 유니클로만을 위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후리스', '히트텍' 등 유니클로 히트제품은 모두 도레이와 협력의 산물이다.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최근 도레이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양사 누적 거래액 규모를 지금보다 1.5배 이상 많은 1조엔(약 9조5000억원)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강점을 띠고 있는 기본 아이템 뿐 아니라 최근에는 패션성을 가미한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을 늘리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기본 아이템에 강점이 있어 남성 소비자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여성 고객 공략을 위해 최근에는 패션성을 가미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며 "과거에는 단순한 그래픽을 가미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늘면서 디자인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SPA 본격 해외진출…차별화 사활
토종 SPA브랜드들도 올해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에잇세컨즈는 올해 중국 상해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중국 진출을 본격화 한다. 지난해 말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티몰(Tmall)'과 소셜커머스 '쥐화쑤안(Juhuasuan)'을 통해 온라인으로 먼저 판매를 시작한 에잇세컨즈는 올해 중국 상해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에잇세컨즈의 최대 강점은 아시아인에게 적합한 디자인을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에잇세컨즈는 사업부 내에 별도의 연구개발(R&D)팀을 구성하고 기본 핵심 아이템 개발은 물론 시즌별로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디자인을 한국인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스타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연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론칭 첫해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에잇세컨즈는 2013년 1300억원, 2014년 1500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원 부장은 "에잇세컨즈는 사실 SPA쪽에서는 후발주자로 이미 강력한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관건"이라며 "'가성비' 강점에 더불어 우리 동대문 시장에서 볼 수 있듯 우리만이 가진 미묘한 디자인적인 디테일을 가미해 글로벌SPA브랜드와 차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디자인 경쟁력 부실" 지적
론칭 3년여만에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며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우뚝 선 이랜드의 스파오, 미쏘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최초 SPA브랜드인 스파오는 2주마다 신제품을 내놓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14년 매출 170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여성 SPA브랜드인 미쏘는 서양인의 체형에 맞춰진 기존 SPA 브랜드들의 약점을 보완, 트렌디한 디자인을 동양 여성의 체형에 맞게 출시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0년 론칭한 미쏘는 2014년 1100억원을 달성하며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들어 이랜드가 중국에서 팍슨-뉴코아몰을 통해 유통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스파오와 미쏘의 매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토종 SPA브랜드들도 유니클로처럼 글로벌 SPA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재나 디자인에 있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성과가 나는 마케팅이나 광고에 집착하지 말고 패션산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DIAF 패션디자인과 조정윤 교수는 "글로벌SPA브랜드들은 특히 소재부문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우리가 과거 섬유강국이었으나 현재 경쟁력을 많이 잃었고 고어텍스 같은 수입소재를 쓰면서 마케팅이나 당장 성과가 나는 부분에만 집착하다보니 산업의 뿌리가 부실하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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