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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불황 돌파구 고객우선 경영에서 찾는다"..나가사키 페닌슐라오너스GC 정효사 총지배인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4 14:04

수정 2016.03.01 15:45

국내 기업인 한국산업양행이 소유하고 있는 일본 나가사키현 최고 명문 코스인 페닌슐라오너스GC 18번홀 전경.
국내 기업인 한국산업양행이 소유하고 있는 일본 나가사키현 최고 명문 코스인 페닌슐라오너스GC 18번홀 전경.

나가사키(일본)=정대균골프전문기자】'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중략)….'

카스테레오에서 '고향무정'이 구성지게 흘러 나오고 있었다. 타국이어서인지 노래는 더욱 애틋하게 들렸다. 핸들을 잡은 스즈키상, 아니 정효사(65)씨는 "제가 좋아하는 나훈아"라고 다소 어눌한 한국말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혼자서 장시간 운전할 때면 한국 가요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피로 회복제가 된다"고 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일본 후쿠오카 국제공항에서였다. 평상복 차림의 행색으로 보아 처음엔 고객 송영을 담당하는 평직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명함을 받고 깜짝 놀랬다. 내가 방문키로 예정된 나가사키현 소재 3개 골프장을 총괄하는 총지배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속이려 한 것은 아니었는데 내 스스로 감쪽같이 속은 것이었다. 속은 것은 필자 뿐만이 아니었다. 동행한 직원은 "대부분 손님들이 총지배인인 줄 모른다"고 귀띔했다. 그 말은 들은 그는 "직원 개개인이 총지배인"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정 총지배인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2세로 국적은 한국이다. 전후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귀화의 유혹이 수 차례 있었지만 그는 한국 국적을 고집했다. 뿐만 아니다. 3남매의 자녀들도 모두 한국 국적이다. 비록 '스즈키'로 불리고 있지만 '효사(孝嗣)'라고 쓰는 이유다. 그는 이렇듯 뼈속까지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첫 인상부터 겸손함과 부지런함이 묻어 나온다.

그는 어머니의 영향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조국과 고향(경남 산청)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최복순(91)여사다. 최 여사도 아들처럼 일본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 그리고 남편의 고향을 위해 37년간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재일동포의 모국방문사업, 원폭 피폭자 의료지원 등에도 최여사는 팔을 걷어 부쳤다. 그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최근 정부로부터 국민추천포상을 수상했다.

최여사의 삶은 가족과 이웃에 대한 헌신의 인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14살때부터 탄광 광부로 일했다. 결혼 이후에는 한량인 남편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갔다. 6남매의 자식을 위해 돈이 되는 일이라면 막노동에서 행상에 이르기까지 닥치는대로 했다. 돈이 모아지면 땅을 사들였고 그것을 기반으로 파친코 사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게 됐다. 그리고 거기서 얻어진 수익금으로 일본과 고국의 불우한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최 여사의 장남인 정 총지배인도 골프장에 들어 오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사업을 돕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골프장 경영자로 변신을 했다. 안정된 사업체를 동생들에게 맡기고 그가 골프장 경영자로 나서자 주변에서 의아해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골프장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시점이어서 주변의 우려는 당연했다. 그를 골프장 업계로 끌어 들인 사람은 다름아닌 골프카트와 코스관리 장비를 수입, 판매하는 한국산업양행 유신일회장이었다. 정 총지배인과 유 회장은 십 수년전에 곤지암CC서 라운드를 한 이후부터 골프 친구로 지내는 사이였다.

페닌슐라오너스GC, 시마바라CC, 아이노CC 등 한국산업양행이 나가사키현에 소유하고 있는 3개 골프장 총 지배인을 맡고 있는 정효사씨.
페닌슐라오너스GC, 시마바라CC, 아이노CC 등 한국산업양행이 나가사키현에 소유하고 있는 3개 골프장 총 지배인을 맡고 있는 정효사씨.

그러다가 유 회장이 나가사키시 오오무라만에 위치한 명문 페닌슐라오너스GC를 인수한 것이 영입 계기가 됐다. 유 회장은 핸디캡2 수준의 골프 실력을 자랑할 정도로 골프를 좋아한데다 평소 성실한 정 총지배인이 골프장 경영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고초려 끝에 그를 모셔온 것. 정 총지배인은 "1년만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승낙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한다. 게다가 나중에 유 회장이 시마바라CC와 아이노CC를 추가로 인수하면서 현재는 3개 골프장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렇게 좋아하는 골프는 손을 놓게 됐다.

한 마디로 눈코 뜰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의 일과는 새벽 5시30분에 시작된다. 아이노CC 인근에 부인과 지내는 사택이 있지만 집에 가질 못하고 거의 골프장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가장 먼저 나와 골프장 문을 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노에서 업무를 마친 뒤에는 시마바라CC, 페닌슐라오너스GC 순으로 이동한다. 거리상으론 왕복 150㎞지만 도로가 구불구불해 약 6시간이 소요된다. 매일 그 길을 왔다갔다 한다. 그것도 손수 운전을 한다. 그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아직은 괜찮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페닌슐라오너스, 시마바라, 아이노는 최근 실시한 회계감사 결과 모두 흑자였다. 골프장의 한 직원은 "총 지배인께서 열심히 하시니까 직원들도 그렇게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과의 교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페닌슐라오너스 48명, 아이노 42명, 시마바라 20명 등 총 110명 임직원들의 인적사항, 자택 위치를 숙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조사까지 꼼꼼이 챙긴다.

정 총지배인이 운영하는 나가사키현 3개 골프장은 한국산업양행이 소유한 일본내 8개 골프장 중 일부다. 1958년에 개장한 시마바라CC는 뒤로는 후겐 다케산, 앞으로는 아리아케해(海)가 한 눈에 조망되는 곳이다. 특히 24년전 폭발 이후 현재 휴화산인 후겐 타케산은 하루 종일 연기인지 구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희뿌연 테두리가 봉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신비스럽다. 전장은 그리 길지 않지만 업다운이 심하다. 내려치는 홀을 공략할 때는 짜릿짜릿하다. 그린의 마운틴 브레이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골프장 내에 롯지가 있지만 그 보다는 온천지대인 운젠지역의 일본 전통 료칸(후키야)을 숙소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컬러볼은 까마귀가 물고 가므로 사용을 피해야 한다.

1998년에 개장한 페닌슐라오너스GC는 잔잔한 오오무라만을 따라 조성되었다. 따라서 바다라기 보다는 호수에 가까운 오오무라만이 한 눈에 조망되는 풍광이 장관이다. 코스 관리가 가장 잘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페어웨이는 고려 잔디다. 특히 그린을 완벽하게 관리하므로써 스피드가 장난이 아니다. 18홀의 전장이 6512야드(레귤러티 기준)여서 비거리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렇게 받지 않아도 된다. '엔조이'가 키워드인 전형적인 리조트 코스로 보면 된다. 숙소는 한국산업양행이 인수한 코라존호텔이다. 오래된 호텔이지만 시설 관리가 잘돼 있어 정갈하다. 특히 전통 일본식으로 내놓은 식사가 일품이다.

1989년에 개장한 아이노CC는 나가사키현은 물론 일본내에서도 전장이 손에 꼽힐 정도로 길다. 레귤러티 기준으로 자그만치 7200야드나 된다. 그 중 4개의 파3홀이 모두 200야드가 넘는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페어웨이 폭까지 좁다. 따라서 장타에 정확성까지 겸비해야만 한다. 자신의 진정한 핸디캡을 알고 싶은 골퍼에게 강추되는 중독성이 짙은 코스다. 노캐디 셀프제로 운영되고 있다. 가까운 운젠 온천서 라운드 후 피로를 말끔이 씻어내면 금상첨화다.


정 총지배인은 "내국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유 회장의 현지화 전략이 경영난 타개를 견인했다"며 "나는 거기에 나의 골프에 대한 애정과 골프 친구들의 도움을 더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중에서도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입장에 서서 경영하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한국 골프장 경영자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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