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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게임은 중독' 고정관념 못버리는 정부

술·마약·도박과 같이 취급.. 어떻게 게임 강국 바라나
정부가 25일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가 주도한 이 대책은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시행된다. 주목되는 것은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부분이다. 대책은 "국민 100명 중 6명이 4대 중독자(알코올.인터넷.도박.마약)로 추정된다"며 "초.중.고등학교 내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등에 대한 중독 선별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인터넷 게임을 술.마약.도박 같은 사회악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 중독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4년 전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보호법을 근거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별도로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 중이다. 2013년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게임을 도박.마약.알코올과 한데 묶어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른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게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부 최양희 장관은 이달 초 게임사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VR(가상현실) 게임과 같은 신산업의 생태계 선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게임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이라고 치켜세운 뒤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제2의 게임산업 부흥기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한쪽에선 조이면서 다른 한쪽에선 풀어주겠다고 말한다. 같은 정부가 두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이 술.마약.도박과 한통속으로 취급되는 동안 시장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13~2014년 2년간 1조1600억원가량 줄었다. 또 게임업체 수는 2010년 2만여개에서 2014년 1만4000여개로 30% 감소했다. 더 큰 걱정은 게임 기획자.개발자들의 중국행이다. 중국 경쟁사들이 고액 연봉을 앞세워 토종 실력자들을 무더기로 데려가는 데도 우린 속수무책이다.

게임의 폐해를 모조리 부정할 순 없다. 그렇다고 게임을 술.마약.도박과 같은 급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중독 검사를 받는 초.중.고등학생들이 게임을 어떻게 보겠나. 정신건강 종합대책에 미래부와 관련 업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일이 창조경제를 국정 화두로 내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슬프다. 게임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총아다. 그 부작용은 다른 3대 중독과 분리해서 대응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