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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망명 움직임 재현되나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6 16:58

수정 2016.03.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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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통과로 '검열' 우려 없는 메신저 텔레그램 인기 급증
국내 모바일 메신저는 사생활 보호 어렵다 인식
카카오톡·라인 등도 비밀채팅 기능 추가했지만 계정이동 막기엔 역부족
사이버 망명 움직임 재현되나

테러방지법 통과 직후 해외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의 국내 인기가 급등해 '사이버 망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의 인기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반짝한 뒤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는데, 최근 국내에서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텔레그램 인기순위가 치솟고 있어 '사이버 망명' 재현 걱정의 근거가 되고 있다.

■텔레그램, 한국서만 유독 인기 급상승

6일 모바일 앱 시장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텔레그램의 한국 구글플레이 커뮤니케이션 부문 다운로드 인기순위는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초 30위권에서 맴돌던 다운로드 순위가 갑작스럽게 치솟은 것이다. 사이버 검열이 심한 중국과 러시아에선 텔레그램의 구글플레이 커뮤니케이션 부문 다운로드 순위는 5~10위권 수준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텔레그램은 한국 소셜네트워킹 부문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오르며 2월초 60위권까지 떨어졌던 순위가 급상승했다.
앱스토어에서도 러시아와 독일 내 텔레그램 다운로드 순위가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그동안 인기 순위권 안에 없던 텔레그램이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 이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텔레그램 사용자는 "그동안에는 하루 1~2명의 친구가 새로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메시지를 받곤했는데,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며칠사이 하루 20여건 이상의 새 친구 등록 메시지가 올 정도로 갑자기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메신저로 서버를 독일에 두고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 검열을 피하는데 중점을 둔 서비스다. 텔레그램의 비밀대화 기능은 뛰어난 보안성을 입증받아 국내에서도 지난 2014년 사이버 감찰 정국에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텔레그램은 국내 수사기관의 협조요청이 어렵다는게 강점으로 인정되는 서비스"라며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국내 모바일 메신저는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소통의 장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카오톡도 비밀채팅 도입...역부족

국내에서도 4000만 이상의 월 이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을 비롯, 라인 등이 비밀채팅 기능을 도입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이버 망명을 선책하는 소비자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밀채팅은 암호화된 대화내용을 풀어줄 암호키를 회사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개인 휴대폰 단말기에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다.
수사당국이 인터넷기업의 서버를 압수수색해도 대화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으로는 해외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계정을 옮기는 사용자를 잡아두기에 역부족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비밀채팅 등 사생활 보호 서비스를 내놓고는 있지만 사이버 망명 바람이 한번 불면 소비자를 잡아두는데 사실상 역부족"이라며 "테러방지법의 후속 조치를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테러를 예방하는 것과 함께 한국 인터넷산업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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