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만대 팔려야 국내생산.. 한국지엠 노조 반발 예고
한국지엠이 지난해 약속한 준대형 세단 '임팔라'(사진)의 국내 생산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판매와 공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최근 두 달간 임팔라 공급량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내 생산을 위한 조건인 연간 3만대 판매가 어려워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임팔라 판매량은 지난 1월 1551대로 전월 대비 42.5% 감소한 데 이어 2월에 1255대로 19.1% 줄었다. 2월 판매량은 최근 석달간 가장 적다.
임팔라는 지난해 8월 242대를 시작으로 9월에는 1634대가 판매됐다. 10월에는 1499대, 11월에는 839대로 떨어졌다.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2월에는 공급량을 늘려 2699대를 판매했지만 올 들어 1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임팔라는 전량 미국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차종이다. 알페온이 단종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도입했다. 지난해 출시와 함께 사전구매량이 7000여대를 넘어서자 세르지오 호샤 당시 한국지엠 사장은 임팔라의 한국 생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알페온 단종으로 부평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에 반발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서다. 올 들어서 상황은 변했다. 호샤 사장의 후임으로 제임스 강 사장이 한국지엠을 총괄하게 되면서 임팔라 국내 생산을 위한 판매기준이 연간 1만대에서 3만대 판매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지엠이 임팔라의 국내 생산에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수요예측이 불확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산라인을 국내에 설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다마스.라보 생산라인을 이전 재설치하는 데도 200억원가량이 들었다. 이 때문에 연간 판매량이 3만대를 넘어야 임팔라 생산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지엠의 의중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임팔라는 미국 생산에 모든 시스템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를 국내에 들여오려면 모든 부품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생산공정도 새로 설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수시장만을 위해 라인을 신설하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연간 3만대 판매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매달 2500대 이상의 임팔라를 국내 시장에 팔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급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한때 8000대에 육박하던 대기물량은 현재 4000여대로 줄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임팔라는 이제 출시 초기에 누릴 수 있는 '신차효과'도 사실상 끝난 상태"라며 "경쟁 차종들이 왕성하게 출시되고 있는데 공급부족까지 겹치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지엠 노조는 임팔라 국내 생산을 종용하면서 사측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단종된 알페온 생산라인이 사실상 가동중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측은 임팔라의 국내 생산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보수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출시 이후 석달간 판매 추이를 보고 국내 생산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는 대기수요가 모두 끝난 뒤에야 실질적인 국내 수요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서는 임팔라를 한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판매량을 비롯해 국내시장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남아있는 대기수요를 해소하고 난 뒤부터 임팔라의 국내 수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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