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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인공지능, 재앙 혹은 축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3 17:07

수정 2016.03.13 21:53

[차장칼럼] 인공지능, 재앙 혹은 축복

"설마설마했는데…."

지난 9일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로봇) 알파고에 패하자 사무실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이후 이 9단은 두 판을 더 졌다. 처음 "이세돌이 한 판만 지더라도 사실상 컴퓨터가 이기는 것"이라던 생각이 "1승만이라도…"라는 간절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3일 드디어 이 9단은 첫승을 올리며 알파고의 벽을 뛰어넘었다.

"애초부터 불공정한 게임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인공지능이 '인간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겼다는 점에서 놀라운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4000년 역사의 바둑이 인공지능에 무너졌다고 하나 알파고의 승리가 곧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알파고의 승리는 기술의 진보를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인간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순간, 솔직히 두려움이 앞섰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에게 축복일까' '이러다 진짜 로봇의 세상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과거에 봤던 영화 두 편이 퍼뜩 떠올랐다. 하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에이 아이(A.I.)', 다른 하나는 윌 스미스가 주연한 '아이, 로봇(I, Robot)'이다. '에이 아이'에서 로봇은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빈자리를 메운다. 엄마는 로봇이 아들을 대신할 수 없다고 부정하지만 결국 로봇의 애정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마음을 완전히 열게 된다. 사람과 똑같은 외모, 순수한 마음 씀씀이는 아들을 대신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로봇에 관한 최상의 시나리오다.

'아이, 로봇'에서는 로봇이 공장에서, 집안에서 일을 도맡는다. 사람에게 충성스러울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도 자유롭다. 하지만 로봇은 통제불능 상태로 진화하고, 반란을 일으켜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려 든다(결국에는 인간과 착한 로봇이 손을 잡고 반란을 진압한다). 우리가 로봇에 대한 관리능력을 상실할 경우 대재앙에 빠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최대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인공지능은 핵보다 위험할 수 있으며, 악마를 불러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은 '지나친 기우(杞憂)'라며 웃는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섣부른 '인공지능 포비아(공포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영화의 내용이 실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휴대폰이나 무인자동차는 50년 전 인간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것이었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과학기술의 한계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인공지능의 시대가 언제 도래할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상당 부분 빼앗아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도 '낮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에는 야구심판, 은행원을 비롯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구글이 제일 이득을 봤다는 것이 중론이다.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렸고, 엄청난 경제적 이익도 챙겼다.
하지만 이번 대결의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깨닫고, 우리 스스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은 우리에게도 큰 수확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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