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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인공지능과 청년실업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4 17:18

수정 2016.03.14 17:19

[fn논단] 인공지능과 청년실업률

인공지능의 발전속도가 놀랍다. 세간의 큰 관심 속에서 진행돼온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그 승패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음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인류는 그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에 대해 열광해왔다. 자동차 발명이나 스마트폰 개발에 대해 전 세계가 얼마나 흥분했었던가를 기억해보라. 그런데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반가움보다는 무거움이 더 크게 자리잡은 듯하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보여준 불편한 진실, 바로 인간이 필요없는 미래상을 엿본 듯한 기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생산활동에서 인간의 역할 축소 현상은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2016년 1월 우리나라 청년(15~19세) 실업률은 9.5%이다. 1월 기준으로는 16년 만의 최고치라고 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수치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높아지는 추세가 관찰된다. 청년 실업률에서 전체 실업률로 확대시켜 살펴보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이들이 구직난을 겪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만을 고집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발전의 가속화로 경제의 많은 영역에서 예전만큼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되었다.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화이트칼라 직업군에서의 일자리 감소가 가장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인데, 알파고의 등장은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을 의미한다.

물론 다보스포럼의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일 수도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손으로 베를 짜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노동시장은 붕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산업혁명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에서 일자리들이 만들어졌고 노동시장은 고유의 분배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흐름 속에서 인간이 이전처럼 또다시 충분한 규모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오히려 기술도약의 폭과 속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빠르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에 따른 노동시장의 붕괴와 사회불안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소득불평등의 정도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기술을 개발한 소수의 기업이 모든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배로부터 소외받는다면 소비가 위축되어 경제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노동시장의 급속한 기능약화에 대비해 사회안전망의 효율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소득재분배 방식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왔다.
이러한 믿음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느냐에 관한 해답은 결국 우리가 얼마만큼 유연하게 상황변화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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