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종목▶
신평사 "내년부터 유동성 압박".. 증권사 "이미 리스크 헤지 돼 있어"
신평사, 리스크 점검 시급.. 우발채무 규모 25조원대 NCR 제도 개편도 나서야
신평사, 리스크 점검 시급.. 우발채무 규모 25조원대 NCR 제도 개편도 나서야
중소형 증권사에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우발채무가 증권사 전체를 뒤흔들 시한폭탄이 될지 관심거리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업계는 우발채무 규모가 25조원에 달해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미 리스크 분산이 돼 있는 구조라며 최근 불거진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우발채무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후 건전성 관리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상 우발채무에 대한 충당금 적립에 이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편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우발채무, 내년부터 증권사 압박 시작
신평사들은 주택경기 하락에 따라 증권사의 우발채무가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6일 "주택공급, 국민소득, 미분양 등 주택 관련 거시지표가 증권사의 우발채무 관련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부터 부동산 PF의 상환이 이뤄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발채무가 증권사의 유동성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리스크는 주택가격 급락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극대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100% 이상인 5곳 증권사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이 276.5%로 가장 높다. 교보증권이 다음으로 200.4%, HMC투자증권 159.6%, 하이투자증권 155.9%, IBK투자증권 103.5% 등이다. 이들 5개 증권사의 우발채무 총액은 8조8000억원이다.
금감원은 정상 우발채무에도 충당금 적립을 요구할 계획이다. 현재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고정 이하, 즉 부실화됐을 경우에만 충당금을 쌓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들은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우발채무도 충당금을 적립한다.
증권사는 부동산 PF 등에 대한 건전성 분류 시 정상일 경우 최대 3%, 요주의 최대 10%, 고정 이하 3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의 충당금을 쌓는다. 요주의의 경우 관련자산이 아파트인 경우 7%, 아파트 이외인 경우는 10%를 쌓는다.
다른 금융회사들처럼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우발채무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을 경우 자연스럽게 우발채무 한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생각이다. 충당금 적립 폭탄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증권사들도 우발채무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
신평사들은 금융당국이 정상 우발채무에 대한 충당금 적립 외에 NCR 개편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NCR 제도는 기존보다 산출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부동산 PF 영업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우발채무 리스크 관리 충분하다
신평사의 우발채무 분석에 대해 증권가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리스크 회피(헤지)를 하는 구조인데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이 가장 높은 메리츠종금증권은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이라는 상품으로 건설사의 신용 보강을 추진해왔다. 이 상품은 건물이 지어진 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담보로 금융사가 사업자에게 대출을 해줘서 사업자가 기존 PF대출을 갚도록 하는 약정대출이다. 증권사가 대출 보증 구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건설사의 신용보강이 돼 은행에 PF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확약금액의 1~1.5%의 수수료를 매년 받고 있다.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으면 대출 없이 수수료만 받는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이후로 만기 도래한 100여건 중 실제 대출이 진행된 것은 한 건뿐이다. 이미 그 대출금도 전액 상환받은 상태다.
이 같은 메리츠종금증권의 구조를 대부분 증권사들이 차용했다. 게다가 미분양이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출이 진행되는 구조도 아니다. 사업자의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 미분양이 발생해도 대출이 진행되지 않는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시중은행보다 낮은 평균 45%여서 1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이라 해도 45억원밖에 대출되지 않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후 금감원에 결과를 매월 보고하고 있다. 전국 부동산 시세가 20% 떨어진다 해도 손실액은 5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전국 아파트 지수가 13개월 동안 고점 대비 15.1% 하락했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7개월 동안 8.7%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을 확대하라고 신용공여 규모를 확대하면서 우발채무를 규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우발채무에 대한 NCR 개편이 이어질 경우 증권사들의 구조화금융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