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나는 대한민국 OOO입니다(29)] 아무나 보험 팔거라 무시하지만 전문지식 없으면 영업 못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1 17:51

수정 2016.03.21 22:05

보험설계사, 무시당하는 '보험아줌마'지만 전문지식 없으면 영업 못해요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지만상품 종류별로 자격증 필수
은행·인터넷 등 경쟁상대.. 차별화 서비스 없인 못살죠
[나는 대한민국 OOO입니다(29)] 아무나 보험 팔거라 무시하지만 전문지식 없으면 영업 못해요

#. 나는 대한민국 보험설계사입니다. 네 맞습니다. 보험아줌마입니다. 보험아줌마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보험설계사를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됐죠. 보험설계사는 회사에 따라 FC나 FP, RC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40대인 제 또래에 보험을 판매하는 여성 보험설계사는 FC나 FP, RC라는 명칭보다 보험아줌마라는 호칭이 아직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보험영업 환경이 최근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보험아줌마로 살아가는 것도 더 쉽지 않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원은 객장에서 고객을 맞이하면 되지만 보험영업은 고객을 찾아다녀야 하는 구조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보험에 먼저 들겠다는 사람을 보험사기범으로 볼 정도죠. 보험은 고객을 만나 해당 보험을 최소 10회에서 많게는 20회가량 얘기해야 1건의 계약을 겨우 체결할까 말까입니다. 특히 저 같은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가장 힘듭니다.

■무시당하는 보험아줌마

지금은 대졸 출신 젊은 남성 위주로 설계사를 운영하는 보험회사가 생기고, 전체적으로 과거보다 보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보험설계사가 은행원 같은 레벨은 아니지만 부정적 인식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영업전선에서 문전박대 당하고 무시 당하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를 시작해도 이런 것을 견디지 못하고 초반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험아줌마'라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보험을 아무나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설계사가 되려면 보험설계사 등록시험에 응시해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생명보험협회에서 주관하는 보험설계사 등록시험 응시자 수는 해마다 20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 총 20만1128명이 보험설계사 등록시험에 응시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응시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하는 99만4542명이나 됐습니다.

보험설계사 등록시험 통과는 말 그대로 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기초적 자격증입니다. 보험설계사 등록시험 통과만으로는 보험 영업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변액보험 판매가 대표적입니다. 변액보험을 팔기 위해서는 변액보험 판매 자격증을 별도로 따야 합니다. 이 자격증이 없으면 변액보험을 판매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자격증을 받기 위해 지난해 10만명에 가까운 9만2435명이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저는 펀드판매권유 자격증도 있습니다. 물론 이 자격증도 공짜로 얻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보험아줌마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업무가 끝난 이후 열심히 공부해서 받았습니다.

■어려워지는 영업환경… GA로 갈까

왜 이런 자격증을 따냐고요? 그냥 보험만 팔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보험영업을 시작했던 10년 전에도 지금도 보험에 먼저 가입하겠다고 연락해오는 고객은 드물었습니다. 이 때문에 설계사 사이에서는 보험에 먼저 가입하겠다고 설계사들에게 연락해오는 사람을 보험사기를 노리는 사람으로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고객들은 보험뿐 아니라 펀드, 예금, 상속, 증여, 절세 등 각종 금융상담을 원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한 번에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려는 고액자산가들은 이런 경향이 더 짙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교육도 많이 시켜주고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해 보험은 물론 금융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도 많이 쌓았지만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을 '보험아줌마'라고 보는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다양한 자격증으로 무장해도 영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근 친하게 지내던 설계사들이 GA로 옮겨갔습니다. 사실 전속 설계사보다 GA 소속 설계사가 더 많습니다. 생보업계의 경우 한 회사의 보험상품만 파는 전속 설계사는 11만8986명이지만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GA 소속 설계사는 14만2460명입니다.

손해보험업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손보사 전속 설계사는 8만4005명이지만 GA 소속 설계사는 15만1206명이나 됩니다.

그들이 GA로 옮겨간 이유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영업환경에서 조금이라도 수당을 더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떠나는 일은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도 쉽지 않지만 그만큼 사정이 절박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다이렉트 보험과도 경쟁

GA뿐 아니라 최근 보험업게에서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보험가격 비교부터 가입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는 다이렉트 보험이 이슈입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온라인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오픈된 이후 다이렉트 보험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손해보험 쪽에서 다이렉트 보험은 대세가 돼 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손보사는 다이렉트를 통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이렉트보험 채널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저 같은 설계사에게 가입할 때보다 더 저렴한 게 사실이고요. 일부 손보사는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여행자보험은 물론 실손보험도 다이렉트 보험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생보업계에서 다이렉트 보험은 손보업계만큼 파급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인터넷 전업 다이렉트 생명보험사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생명보험은 대부분 설계사를 통해 보험이 판매됩니다. 하지만 다이렉트 보험이 또 다른 경쟁요소로서 위협적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이렉트 보험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설계사만 할 수 있는, 설계사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나 다이렉트 보험과 연계한 사후관리 등 보험설계사 조직을 효율화한다면 설계사와 다이렉트 보험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