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번 정류소는 "안 보입니다"..버스 TV 전면설치로 '갑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8 16:15

수정 2016.03.28 16:15

저상버스 내부에 설치된 TV. 화면이 안내전광판을 가리고 있다.
저상버스 내부에 설치된 TV. 화면이 안내전광판을 가리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임정진씨(37·가명)는 요즘 버스를 타는 게 큰 불편이다. 3급 청각장애인인 그는 평소 버스 전면에 부착된 안내전광판을 보고 내릴 위치를 가늠하곤 했으나 올 들어 저상버스에 TV가 설치되면서 안내전광판이 보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직장이나 집처럼 익숙한 장소에 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낯선 곳에 갈 때는 내릴 정류장을 확인하느라 버스 밖 광고판 등에 신경을 집중하기 일쑤다. 임씨는 웬만하면 저상버스를 타지 않으려 하지만 급한 시간대에는 어쩔 수 없어 불편을 감수한다고 털어놨다. 2014년 기준 서울에 사는 청각장애인은 4만명이 넘는다.



지난해부터 서울 시내버스에 TV가 전면 설치되면서 임씨와 같은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저상버스는 TV가 안내전광판을 가리는 위치에 설치돼 청각장애인부터 외국인과 일반시민도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사업주체인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과 관리주체인 서울시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 개선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저상버스, 장애인 위해 도입했는데…

시내버스 내부에서 정류소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내부에 부착된 노선도와 안내방송, 안내전광판, TV하단에 나오는 안내문구 정도가 전부다. 청각이 불편한 승객과 외국인은 안내전광판과 TV에 의존하기 쉽다.

그러나 TV의 경우 다음정류소를 안내하는 기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다음 정류소를 안내하는 문구가 화면 하단에 나왔다가 5초 안에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글씨 크기마저 작아 먼 거리에서는 식별도 어렵다.

더욱이 저상버스에 설치된 TV가 안내전광판을 가려 불편이 적지 않다. 청각장애인은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파악할 방법이 안내전광판 밖에 없는데 TV가 가리면서도 안내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 내부 좌석 어디에서도 한 눈에 정류소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애인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도입된 저상버스가 도리어 장애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셈이다.

올 2월 기준 TV가 설치된 서울시내 버스는 2400대 가량, 이 가운데 저상버스는 1400대로 절반이 넘는다. 앞서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해 2025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TV설치와 관련해 장애인 단체와 사전협의 등 의견수렴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개선방안 논의 중"

장애인 단체들은 우려를 표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황경하 담당은 "(TV가 전광판을 가려) 일반 시민들도 불편한데 장애인은 얼마나 불편이 크겠느냐"라며 "청각장애인은 시각적 정보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글씨로 한 줄 잠깐 비췄다가 없어지는 경우 바깥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박성오 부장 역시 "기존에도 실제 위치와 안내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 불편을 겪었다"며 "전광판을 통한 정류소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특히 청각장애인들의 버스 이용에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버스운영업체와 서울시도 이 같은 불편을 인지하고 있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김봉수 과장은 "안내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을 종종 받는다"며 "TV 위치를 바꾸거나 화면 속 안내 문구를 크고 명확하게 바꾸는 등 여러 방향의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시가 (TV위치를) 승인해준 것은 아니지만 조합과 광고대행사, 시까지 협의한 사실이 있다"며 "광고대행사 측에 요청, 정류소 안내가 보이지 않는 문제를 서둘러 해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이태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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