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소비자 기만하는 '친환경' 생활용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31 18:54

수정 2016.03.31 18:54

일반 제품과 비교할 때 가격만 비싸고 성분 비슷
친환경 문구 규제법 없어

소비자 기만하는 '친환경' 생활용품

세제, 치약 등 생활위생용품 제조사들이 천연 성분으로 만들었다고 내놓은 '친환경 제품'이 실은 기존 제품과 성분 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친환경 제품들의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적게는 15%, 많게는 127%가량 비싸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월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S.C존슨, 처치앤드와이트, 콜게이트파몰리브 등 생활용품 제조사들은 자사의 인기 제품과 차별화된 친환경 제품을 비싼 값에 출시해왔다. 대표적으로 처치앤드와이트는 세탁 세제 암앤해머로 유명해졌지만 최근에는 '친환경'을 강조한 네이처스파워라는 새 세제를 출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네이처스파워는 암앤해머보다 114%가량 비싸지만 유기농매장인 홀푸드마켓 등에 입점한 뒤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네이처스파워의 성분이 암앤해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라이스대학 생명화학공학 명예교수인 클래런스 밀러는 "어디서 추출한 성분이건 화학 구조로 보면 결국 똑같은 계면활성제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천연 성분 치약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탐스도 마찬가지다. 탐스 미백 치약의 주요 성분은 불화나트륨, 수화실리카, 소르비톨, 계면활성제인데 이는 동일 제조사의 일반 치약인 콜게이트와 동일하다.

문제는 현재 각종 생활 세제나 위생용품에 '친환경'이라는 문구를 규제할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제조사들이 천연 성분이라고 주장하면 언제든지 이 문구를 사용할 수 있는데다 소비자들에게 성분을 다 공개할 의무도 없다. WSJ는 "가격을 좀더 지불하더라도 건강과 환경에 좋은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늘었다"면서 "이를 겨냥해 제조사들이 마음대로 자연 친화적, 무독성, 저자극성, 식물성분 등의 문구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뷰티, 위생용품 분야에서 일반 제품 판매량은 4% 늘었지만 친환경제품 판매량은 35%나 늘었다.


컨설팅회사인 어드밴스트케미컬세이프티를 운영하는 닐 랜저맨은 "친환경 제품에 일부 식물 성분이 첨가됐을 순 있겠지만 결국 주요 성분은 석유 기반의 화학 물질"이라면서 "이 때문에 일반 제품과 천연 제품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친환경 인증'을 '유기농 인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개별 성분부터 완제품까지 농무부에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