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조업 허브'로 뜨는 멕시코 잡아라.. FTA협상 재개 기대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3 18:11

수정 2016.04.03 18:11

박 대통령, 멕시코서 '세일즈외교'
양국 FTA협상, 2007년 시작했다 입장차로 중단
멕시코, 협상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관건
【 멕시코시티=조창원 기자】 "아스텍 호랑이(Aztec Tiger)를 잡아라."

멕시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급성장하는 멕시코 내수시장 진출 확대와 북미와 중남미 수출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한·멕시코 간 다각도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 따라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13년 멕시코를 동아시아의 경제기적을 이끈 '아시아 호랑이'에 빗대 '아스텍 호랑이'로 지칭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멕시코 경제잠재력은 최근 중국의 인건비 상승에 따라 '글로벌 제조업 허브'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포스트 차이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 '제조업 허브'로 급부상

글로벌 저성장 국면 속에서 멕시코가 우리나라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최대 기회의 땅으로 부상 중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지난 2012년 3대 정당과 '멕시코를 위한 협약'을 전격 합의하면서 멕시코 경제력도 고속질주하고 있다.


이 협약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고질적 기회비용의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정치·사회·경제 전반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국제유가 하락,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등 어려운 국제경제 여건 속에서도 에너지·통신 등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정책을 시행한 결과 건실한 거시경제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역내 주요국인 브라질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와 정치적 불안 등으로 경제적 위상이 추락한 반면 멕시코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울러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적극적인 시장개방 정책을 기반으로 이미 45개국과 15개의 FTA 체결 및 TPP에 참여한 멕시코는 미국과 중남미를 잇는 지리적 입지와 풍부한 저비용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능가하는 글로벌 제조업 전진기지로 도약할 태세다.

■FTA로 "기회의 땅 잡아라"

우리 정부는 멕시코 내수시장 공략과 주변국 수출 교두보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에 따라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기간에 양국 간 경제협력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에 힘쓸 전망이다. 이에 TPP와 FTA 관련 논의가 이번 순방기간 밀도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멕시코 FTA는 2007년 1차 협상을 개시했으나 2008년 6월 멕시코 자동차업계의 반대 등 양국 간 시장접근 기대치에 대한 입장 차이에 따라 지금까지 중단돼왔다. 멕시코는 일본과 함께 TPP 가입 12개국 중 우리나라와 FTA를 맺지 않은 2개국 중 하나여서 양국의 FTA 협상 재개는 향후 우리의 TPP 가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협상 재개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멕시코 일부 언론과 최근 양국 간 외교협상 흐름을 볼 때 협상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이뤄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스탠딩 환담에서 9년째 중단된 한.멕시코 FTA를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약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이번 공식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현지 종합일간지인 엑셀시오르도 이날 박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이 교역과 투자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비호 주멕시코 특명전권대사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하는 등 유사한 논조가 잇따르고 있다.

■멕시코 입장변화가 관건

그러나 양국 정상 간 회담에서 FTA와 TPP 관련 논의가 진행될지에 대해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우리 정부는 TPP 가입 필요성을 높게 보고 있어 TPP 가입국인 멕시코와의 개별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TPP가 우리 경제에 미칠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양국 협상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한·멕시코 FTA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전망은 엇갈린다. 어차피 TPP가 양국 간 FTA를 포괄하기 때문에 TPP에 주력하는 게 맞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여전히 불투명한 TPP 결과와 관계없이 양국 간 FTA 체결을 통해 구체적인 경제협력의 로드맵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TPP 가입과 FTA 가입은 상호보완적이어서 둘 다 추진하는 게 정상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멕시코가 FTA 재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에 달렸다.
지난 2007년 FTA 협상을 개시했을 당시에 멕시코 자동차업계의 격렬한 반대로 10년 가까이 공회전을 거듭한 상황이 우호적인 여론으로 바뀌었느냐가 관전 포인트라는 것이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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