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강화 진달래·삼척 유채꽃·김천 자두꽃 '축제' 한창
4월, 전국이 봄꽃으로 가득하다. 동백과 산수유, 매화가 이 땅을 물들이고 나면 벚꽃과 목련,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서 또 다른 꽃잔치를 벌인다. 산천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울긋불긋하다. 중순이 지나면 하얀 배꽃과 분홍빛 복숭아꽃도 피어난다. 한국관광공사는 '꽃따라 맛따라-꽃구경도 가고 맛기행도 하고' 라는 테마 아래 4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유채꽃 만발한 강원도 삼척, 자두꽃이 지천인 경북 김천 등 3곳을 선정했다. 3곳 모두 이달에 꽃축제가 열린다. 꽃구경을 마치고 나면 지역의 별미를 즐길 차례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여행길이다.
■강원도 삼척 유채꽃·벚꽃 활짝 핀 7번국도의 낭만.. 아침엔 곰치국, 점심엔 장치찜, 저녁엔 대게 '식도락'
강원도 삼척시는 7번 국도의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7번 국도는 한반도의 동쪽 해안과 나란한 명품 드라이브 길이다. 그 가운데 고성에서 삼척을 잇는 강원도 구간에는 '낭만가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낭만가도의 백미는 해안선이 긴 삼척이다. 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을 잇는 4.6㎞ 새천년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바다를 끼고 비치조각공원, 소망의탑을 지나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맹방유채꽃마을은 새천년해안도로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데 오는 8~17일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유채꽃 하면 제주도나 청산도를 떠올리기 쉬운데, 맹방유채꽃마을은 유채꽃과 벚꽃 그리고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여행지다. 삼척 시내에서 출발해 한티고개를 지나면 제일 먼저 도로를 따라 4.2㎞가량 이어진 벚꽃길이 환영 인사를 한다. 벚꽃길 왼쪽으로 7.2㏊에 이르는 유채밭이 노란 바다처럼 펼쳐진다. 꽃밭 사이에 산책로를 내 자유로이 거닐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축제가 끝나도 오는 30일까지는 축제장을 개방한다.
삼척에는 별미 먹거리가 많다. 아침에는 시원한 곰치국을, 점심에는 꼬들꼬들한 장치찜을, 저녁에는 제철의 마지막 달을 지나는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물메기, 물텀벙 등으로 불리는 곰치는 천대받던 생선이다. 뱃사람들이 팔기 뭣해 묵은 김치를 넣고 끓여 먹던 곰치국이 요즘은 삼척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으로 격상했다. 살점이 흐물흐물해 씹기도 전에 녹아내리듯 부서진다.
장치 역시 곰치와 마찬가지로 생김새보다 맛으로 사랑받는다. 길이가 길어 장치라 부르는데, 햇볕과 바람에 말린 뒤 조림에 가까운 찜으로 해먹는다. 말린 생선의 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라 식사와 안주 어느 쪽이든 좋다. 대게 또한 삼척이 자랑하는 먹거리다. 삼척은 울진과 이웃한 어장으로, 대게에 대한 자부심이 인근 울진이나 영덕 못지않다. 정라항 인근에 대게 거리가 있다.
■경북 김천 이화만리 마을 경운기 타고 자두꽃길 씽씽
이맘때 경북 김천시 농소면 이화만리 권역은 마을 전체가 눈처럼 희고 고운 자두꽃으로 뒤덮인다. 자두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자두꽃 향이 만리를 간다'는 곳이다. 김천은 자두, 포도, 복숭아, 사과, 배 같은 과일이 많이 재배되는 고장이다. 그중 자두는 생산량이나 품질이 전국에서 손꼽힌다. 명품 자두 생산지답게 김천시를 상징하는 시화(市花)도 자두꽃이다. 자두꽃은 3월 말 꽃을 피우기 시작해 4월에 절정을 이룬다. 희고 앙증맞은 꽃잎 다섯 장과 샛노란 수술이 달린 생김새가 매화를 닮았다. 오얏꽃이라고도 하는데, 오얏은 자두의 옛말이다. 복숭아와 비슷하지만 진한 자줏빛이어서 '자줏빛 복숭아'라는 뜻으로 자도(紫桃)라고 하다가 자두가 됐다고 전해진다.
올해 김천자두꽃축제는 9일 시작한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화만리 커뮤니티센터'가 축제의 주무대다. 꽃마차 만들기(마을 퍼레이드), 자두꽃 주민 노래자랑, 자두 음식 만들기, 가족 미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축제의 흥을 더한다. 이화만리 커뮤니티센터는 도자기 만들기, 염색 등 체험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한다.
김천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지례 흑돼지다. 농소면에서 30분 거리인 지례면에 흑돼지 전문식당 15곳이 모여 있다. 메뉴는 대개 왕소금구이와 고추장불고기다. 삼겹살과 목살은 왕소금구이로, 그 외 부위는 고추장불고기로 판다.
지례는 예부터 몸집이 작고 털빛이 검은 토종 흑돼지 원산지로 유명했다. 돼지고기 맛이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단 먹어보면 왜 지례 흑돼지가 김천의 명물인지 알 수 있다. 삼겹살의 비계는 인절미처럼 차지고 쫄깃하며, 목살은 퍽퍽하지 않고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맛도 일품이다. 연탄불에 구워주는 고추장불고기는 적당히 단맛과 매운맛에 불 맛이 더해져 밥도둑이 따로 없다. 고기 맛이 깊고 풍부한 것은 일반 돼지에 비해 사육 기간이 두세 달 길기 때문이다.
■강화 고려산 진분홍 꽃길 걷다, 밴댕이 회무침 '한점'
물오른 초록빛 새싹과 향긋한 봄 내음으로 가득한 이즈음 강화도 고려산(436m) 자락은 온통 진분홍빛으로 물든다.
해마다 상춘객이 몰리는 고려산은 강화도 6대 산 가운데 하나다. 진달래 군락은 북쪽 산등성이를 따라 400m가 넘는 고지대에 형성되는데 제대로 보려면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가쁘게 몰아쉬던 숨이 어느새 탄성으로 바뀐다. 물감을 쏟아놓은 듯 사방이 진분홍빛으로 채색된 풍경은 등산의 수고를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봄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에 한껏 취하다 보면 자신도 꽃이 된 기분이다. 바람을 따라 온 산에 분홍빛 물결이 일렁일 때면 마음도 고운 꽃빛으로 물든다.
올해로 9회를 맞는 고려산진달래축제가 오는 12~26일 고인돌광장과 고려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축제기간에 진달래 체험전, 사진전, 엽서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봄나들이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별미 탐험. 입맛 돋우는 강화 별미로 밴댕이회무침과 주꾸미연포탕이 있다. 특히 제철을 맞아 알이 통통하게 밴 주꾸미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조개와 새우, 버섯, 두부 등을 넣고 끓인 국물에 산 주꾸미를 통째로 넣어 익히는데, 보드랍고 야들야들한 식감이 미각을 사로잡는다. 주꾸미는 오래 익히면 질겨서 맛이 떨어지므로 샤부샤부처럼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담백한 주꾸미연포탕에 밴댕이회무침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전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납작한 밴댕이는 봄철에 잡힌 것이 가장 맛있다.
머리와 내장을 정리한 밴댕이를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버무리는 회무침이 깔깔해진 입맛을 돋운다. 매콤하고 새콤한 양념에 씹을수록 더해지는 밴댕이의 고소한 맛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강화에서 빚은 인삼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산행의 피로가 단번에 가신다.
junglee@fnnews.com 이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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