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아시아 4룡'의 쇠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7 17:22

수정 2016.04.07 17:22

중국이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떠오르기에 앞서 고도 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아시아의 네마리 용(또는 호랑이)'이 있었다. 1970~1980년대 수출주도형 경제 성장을 구가한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은 성공한 신흥공업국(NICs)의 표상이었다. 1993년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수년간 고성장한 개발도상국은 있었지만 수십년간 고성장한 개발도상국은 없었다"며 4룡에 찬사를 보냈다. 세계은행은 이들의 성공 비결로 물적.인적 자본의 축적, 안정적 거시정책, 적절한 정부 개입 등을 꼽았다.

그러나 4룡의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지적도 이 무렵부터 나왔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994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은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논문을 통해 "아시아 국가의 경제 성장은 기술 진보 없이 값싼 노동력과 정부 주도의 자본 투입으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며 조만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루그먼의 예언대로 1997년 아시아 전역에 외환위기 폭풍이 몰아쳐 4룡은 휘청거렸고 그 중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2000년대 들어 4룡은 '각자도생'의 행보를 보였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부국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한국과 대만은 성장 둔화로 인해 경제가 정체됐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5만3000달러, 4만2000달러로 한국의 2만8000달러, 대만의 2만2000달러를 크게 웃돈다. 4룡이 2강2약으로 재편된 셈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자본 축적이 심화하면 필연적으로 성장률은 둔화한다. 그러나 이들 4룡의 문제는 성장 둔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룡이 아시아 평균성장률을 갉아먹는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2.6%), 대만(0.8%), 싱가포르(2.0%), 홍콩(2.4%)의 지난해 성장률은 모두 3%에 못미치면서 아시아 성장률 6.1%를 크게 밑돌았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아시아가 앞으로 몇년간 세계 성장을 견인할 것이지만 아시아 4룡은 예외"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세계 무역의 정체와 중국의 역내 생산 증가를 꼽았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와 수출중심 경제구조가 이들 나라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시아 4룡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는 말이기도 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