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 레이 'NS24'
오늘날 바링허우(八零後) 세대는 중국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바링허우 세대는 중국에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로, 대부분 독자로 자란 탓에 개인주의적이면서 남과 다른 특별함을 추구하는 성향을 지닌다. 이전 세대 작가들에 비해 자유로운 표현으로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다양한 작업 방식을 넘나들며 중국 현대미술의 현대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오 레이(36) 또한 사진, 드로잉, 조각, 설치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고 새로운 통찰을 보이고 있는 바링허우 세대의 대표적인 작가다.
두 마리의 반인반수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양분된 두 방에 각각 벽을 마주하고 누워 있다.
그렇다면 두 방에 놓인 두 마리의 반인반수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뼈와 살에 비유할 수 있는 자본을 모두 수탈당한 노동자와 그로 인한 안온함을 누리고 있는 자본가인가? 아니면 기득권을 누린 이전 세대와 그로 인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이후 세대, 반대로 이전 세대의 고통과 노력을 밟고 물질적 풍요를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현재 세대일까?
어쩌면 작가가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각각의 주체가 누구인지보다 이들이 속한 사회 시스템이다. 편안한 염소가 끊임없이 내뱉는 말은 마이크를 통해 반대편의 헐벗은 염소 머리 위에 달린 종을 연신 울리지만, 둘을 아슬아슬하게 연결한 끈이 보여주는 긴장감이 둘의 관계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님을 추측하게 한다. 심지어 둘을 엿보기 위해 조그맣게 난 창을 들여다보는 우리도 거울에 비치는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복잡한 사회에 대한 너무 쉬운 설명이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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