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특별기고] 화중용 (畵中龍) 아닌 진짜 용에 대처하는 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2 18:22

수정 2016.04.12 21:58

한국무역보험공사 북경지사장 전찬욱
한국무역보험공사 베이징지사장 전찬욱
한국무역보험공사 베이징지사장 전찬욱

'한국에서 직접 가져왔기 때문에 비쌉니다.' 얼마 전 딸아이의 신발을 사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를 뒤지다 발견한 문구다. 같은 제조사의 상품인데 이 판매자의 물건은 다른 곳보다 가격이 20% 이상 비쌌다. 없는 게 없다는 21세기 만물상인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는 같은 제품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수많은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판매자의 신용도가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그리고 판매자의 신용도에 더해 '한국산'은 제품 선택에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최근 대중국 수출, 더 나아가 한국의 전체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의 이면에는 중국 경제의 둔화와 더불어 중국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존재하고 있다. 즉 한계에 부딪힌 수출 주도의 외형적 성장 대신 내수 소비 위주의 질적 성장으로 변모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이른바 '신창타이(New normal)'하에서 부품, 중간재 위주였던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 포기가 우리에게 '위기'라면, 내수 소비 위주 성장은 '기회'일 수 있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와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 로컬 기업에 의한 시장잠식, 그에 따른 대중국 수출 감소라는 위험에 매몰돼 새로운 내수시장의 등장이라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알리리서치는 2015년 중국 개인소비시장 규모는 4조2000억달러 규모이고, 향후 5년 내 6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2015~2020년 중국 소비시장 평균 성장률은 9%, 특히 부유층의 소비시장은 1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대중국 수출 급감의 암울한 위기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 중인 최대 규모의 소비시장이 열리는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때마침 작년에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그 내수 소비시장의 빗장마저 풀려진 상태다.

하지만 14억 내륙 깊숙이까지 전달되는 소비재시장 진출에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금 지불과 관련된 신용위험이다. 과거 대형 국유기업의 수출용 중간재 납품에서는 대금 결제 이슈가 적었지만 다종소량의 내수 소비시장에서는 반드시 불거질 문제이기 때문에 '무역보험'이라는 안전장치는 우리 중소기업들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준비물이다.

엽공호룡(葉公好龍)이란 고사에 등장하는 엽공이란 사람은 자타가 인정하는 용 전문가로 벽, 담장, 가구 등 온 집안을 용 그림으로 꾸밀 만큼 용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실제 용이 엽공을 찾아오자, 거대한 용을 본 엽공은 놀라서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는 우화가 있다. 중국을 용에 비유하자면 지난 몇 년은 멋진 용을 감상하며 좋았던 시기였다.
그림으로 감상하던 화중룡(畵中龍)이 아닌 거대한 진짜 용에 놀라서 쓰러질지, 아니면 그 등에 올라타 날아갈 수 있을지,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