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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로봇 투자자문의 득과 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3 17:57

수정 2016.04.13 17:57

[fn논단] 로봇 투자자문의 득과 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금융시장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파악한 후 잘 짜여진 투자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 투자자문가를 대신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영해주는 프로그램화된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작년부터였지만 올해 3월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알파고의 등장을 계기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에게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었는데, 보다 높은 수익률 달성에 목말라 있던 금융시장이 컴퓨터의 이러한 능력을 탐하기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투자의 저변을 넓히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고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기대를 가져서는 곤란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오해 중 하나가 컴퓨터가 하면 사람보다 잘할 수 있을 테니 손실이 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며, 예전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는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 상품이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본시장의 금융상품을 주된 운용대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원본 손실 가능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하게 연산체계를 설계하더라도 미래의 시장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가격 흐름의 방향성에 대한 오차로부터 발생하는 손실 가능성은 피할 수 없으며,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해당 투자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수익에 대한 환상도 경계할 부분이다. 역설적이지만 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발달 수준이 높아질수록 고수익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은 향후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쟁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또 다른 로보어드바이저이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과 경쟁할 경우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인간보다 높은 운용수익률의 달성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머지않은 시간 내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범용화된다면 로보어드바이저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작은 이익기회의 포착조차 매우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며, 특정 로보어드바이저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초과수익을 내는 것은 아마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고수익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하는 이유이다.

전술한 바와 같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향후 시중의 투자자금을 빠른 속도로 끌어들이는 시장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낮은 수수료와 소액투자의 경우에도 자문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다수의 소액자산 보유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건비 절감에 따른 비용감소를 투자자 수익으로 돌려주는 것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이다.
낮은 수수료는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투자자문 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서민층이 보유한 소액자금의 유입을 촉진함으로써 투자자문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발전 잠재력이 높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투자자들은 현명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수익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새로운 상품 유입과 수수료 절감 혜택을 꼼꼼히 따져볼 때 투자자 편익도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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