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무제 01-VI-70 #174'
일찍이 영국의 미술사학자에 의해 '한국의 가장 유명한 20세기 화가'라는 칭송을 받은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그의 작품이 잇따라 국내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 바탕에는 한국 회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주의 서양 회화에서 독보적인 작업을 지속해온 수화 특유의 조형성이 깔려 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작고하기 직전 뉴욕 시절 작품인 '무제 01-VI-70 #174'는 그의 1970년대 '점묘 추상'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점의 패턴, 사이즈 등이 유사하다.
그의 작품 철학이 오롯이 담긴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폴 고갱(1848~1903)이 절망적인 말년에 그린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와 매우 유사한데, 어려운 환경에서 그림을 그린 천재 예술가의 떨칠 수 없는 우수(憂愁)가 두 대가의 철학적인 작품을 낳았다고 볼 수 있겠다.
'무제 01-VI-70 #174'는 수평의 연속이 종횡을 이루는 질서 안에 그가 그토록 그리워한 조국의 하늘과 땅, 바다가 환상적으로 담겨 있다. "친구의 편지에 이른 아침부터 뻐꾸기가 울어댄다 했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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